20년 전 데뷔 한국서도 인기 기욤 뮈소 신작 ‘미로 속 아이’ 짜릿한 반전 조금 덜하지만 페이지 넘어가는 재미 쏠쏠
‘기욤 뮈소라니, 왠지 모를 추억이 돋는다’고 생각했다면, 대충 당신의 나이가 짐작된다.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린 ‘구해줘’(2006년)는 프랑스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 20대 여성들이 주요 독자였다. 세월이 20년가량 흐른 지금 ‘영포티’쯤 됐으려나. 당시 30대로 서점가를 풍미했던 1974년생 작가도 이제 50대가 됐다.
물론 다작의 이 작가는 출세작 이후로도 거의 매년 신작 소설을 발표해 베스트셀러에 올려 왔다. 마치 ‘소설 기계’처럼 거의 매년 쉼 없이 신작을 발표하는 근성만큼은, 프랑스 작가들을 따라잡기 힘들다. 뮈소 본인이 ‘절친’이라고 자주 소개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또 다른 인기 작가인 아멜리 노통브도 연례행사처럼 신작을 선보인다. 지치지 않는 창작열을 자랑하는 재기 넘치는 동시대 프랑스 작가들을 한국 독자들은 유난히 사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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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로맨스와 판타지 중심이던 그의 작품은 점차 서스펜스화됐는데, 이 소설도 스릴러의 외양을 띠고 있다. 이탈리아 저명한 기업 상속녀인 오리아나가 요트 갑판에서 피습당해 사망한 사건으로 포문을 연 후 진범을 추적해 간다. 온갖 반전에 단련된 현대독자들이라면, 어차피 진짜 전모는 대놓고 흩뿌려지는 단서들과는 상관없는 곳에서 밝혀질 것이란 것쯤은 예상한다. 단지 그것이 얼마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일지가 관건이다. 여전한 속도감, 귀엽게 느껴지는 통속성과 클리셰, 예상을 살짝씩(많이는 아니다) 비켜가는 가벼운 전개를 거쳐 진실이 드러난다. 책 제목이 왜 ‘미로 속 아이’인지도 종국엔 이해된다. 근데 한 가지는 의문이다. 반전이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한 채 만나는 반전도 반전이 될 수 있나?
20년 전 ‘페이지터너’란 별명을 과시하는 듯 했던 그의 파괴적 몰입감을 이 책에서 기대했다면, 좀 심심한 듯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강렬한 전성기를 지나온 다작의 작가가 매번 뒤통수에 가하는 충격지수를 갱신하리라 기대하는 건 너무 가혹한지도. 사실 때로 책을 고르는 기준은 그런 아쉬움을 부러 확인하기 위해서가 되기도 한다. 작가와 독자가 함께 나이 들어갈 때 말이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