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헌재 첫 변론 출석 거부] 대통령경호처 내부 균열 조짐 김성훈 차장 “중화기 무장하라”… 野 “간부회의서 사퇴 요구 나와” ‘협상파’ 박종준 前처장 “수사 협조”… 경비안전본부장도 조사 응해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수사를 거부하며 칩거하고 있는 이른바 ‘한남동 요새’를 지키고 있는 대통령경호처에 내부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에 이어 ‘4인자’ 격인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이 경찰 조사에 응하면서다. 박 전 처장은 윤 대통령 조사를 두고 협상을 주장해 왔고 이 본부장은 경호처 내에서 박 전 처장과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경호처 내 ‘협상파’가 경찰에 출석한 반면 ‘강경파’로 꼽히는 경호처 2, 3인자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경찰 조사를 거부하고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차장이 박 전 처장 사임 후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기관단총 이상의 중화기로 무장하라”고 지시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협상파’ 박 전 처장 “수사 성실히 협조”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10일 밤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청사를 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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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박 전 처장의 협조로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를 바탕으로 경호처 방어조 내부 동향 등을 파악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박 전 처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비판적이면서도 영장 집행 시 물리적 충돌이 있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박 전 처장보다는 김 차장 등 이른바 ‘김건희 라인’을 더 신뢰하는 상황에서 ‘할 만큼 했다’고 판단한 박 전 처장이 출구전략을 시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경호처 내부에선 박 전 처장이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보다 이진하 본부장과 가까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김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이 경호처장인 자신을 ‘패싱’하자 박 전 처장이 더 이상 경호처의 대응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중화기 무장’ 지시에 거센 내부 반발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답변하는 모습.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를 받는 김 차장은 11일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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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본 내부에서도 경호처 내부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온다. 특수단은 김 차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달 4, 8일 출석 불응에 이어 김 차장이 11일 “경호처장 직무대행으로서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조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이다. 특수단은 김 차장 등과 함께 경호처 내에서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는 김신 가족부장에 대해서도 14일 오전 10시까지 경찰로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공조본이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에 나설 때 김 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고위 간부들을 먼저 체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호처 직원들을 체포하면서 저지선을 무력화한 뒤 관저 내부로 진입해 윤 대통령의 신변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