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 SKC “올 하반기 유리기판 양산”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 전반에 사용됨에 따라 반도체 기판 산업도 고성능 제품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도 최첨단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와 글라스(유리) 반도체 기판을 글로벌 빅테크에 납품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12일 글로벌 빅테크를 FC-BGA 제품 고객사로 유치해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구미4공장에서 공급 물량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품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인텔이나 퀄컴 등에 FC-BGA 납품을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이노텍이 2022년 FC-BGA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빅테크 고객사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C도 올해 하반기(7∼12월) 유리 기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뒤 SKC의 유리 기판 모형을 들어 올리며 “방금 팔고 왔다”고 말한 바 있다. 시장은 이것을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유치했다고 인식해 9일 SKC 주가는 19.35%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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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BGA는 칩셋을 뒤집어 기판에 부착하는 방식을 취한다. 기존에는 얇은 금속 배선으로 칩셋과 기판을 서로 연결했는데 FC-BGA는 기판에 있는 금속 돌기에 칩셋이 바로 연결된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신호 전송 속도가 더 빨라진다. 후지카메라종합 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 달러(약 12조 원)에서 2030년 164억 달러로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반도체 기판 대비 표면이 더 매끄러워 초미세 선폭 회로를 더 많이 그려 넣을 수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이번 CES에서 “LG이노텍도 장비 투자를 해 올해 말부터는 유리 기판에 대해 본격 시제품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FC-BGA와 유리 기판은 업계에서 각광받는 기술”이라면서도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 제작 속도, 제품 신뢰성 등을 개선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