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수수께끼를 풀다/찰스 킹 지음·문희경 옮김/560쪽·2만8000원·교양인
이 책은 미국 국제정치학자가 20세기 전반까지 서구 사회를 지배한 과학적 인종주의와 사회 진화론에 맞서 문화 상대주의를 꽃피운 문화인류학자 다섯 명의 삶을 추적한 것이다. 참여관찰법 등 문화인류학의 연구 방법론이 정치학 등 여러 사회과학에 적용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국제정치학자가 저자인 게 이상할 것은 없다.
책은 문화인류학을 창시한 프란츠 보아스(1858∼1942)를 중심으로 그에게 배운 여성 제자들을 조명한다. 이 중에는 ‘국화와 칼’을 쓴 루스 베네딕트, 성역할은 자연적인 게 아니라 문화적 창조물임을 밝힌 마거릿 미드, 북미 원주민 출신으로 동족의 문화를 연구한 엘라 캐러델로리아, 미국 남부와 아이티에서 현지 연구를 토대로 소설을 쓴 흑인 페미니스트 조라 닐 허스턴이 포함됐다. 여성, 유색 인종, 성소수자의 타이틀을 하나 이상 가진 이들은 미국 주류사회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았다. 피부색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문화들 사이에는 우열이 없다는 문화 상대주의를 이들이 주장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스승인 보아스도 남성이었지만 독일에서 이주한 유대인 출신으로 이민자의 비애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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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