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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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꼭 봐야 할 동영상이 있다. 야당 의원이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일제강점기 때 당신 아버지의 국적은 조선 일본 대한민국 중 어디더냐’를 질의하는 장면이다. 김 장관은 제대로 답을 못 했다. 누가 옳으냐를 떠나 의정 단상에서 15분이나 얼굴 붉힐 일인지 모르겠다. 이런 국정의 낭비는 안보전략과는 별개로 몇몇 무리한 인사를 한 용산 탓이 크다.
대통령은 지난해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선언했다. 한미동맹 말고는 제대로 된 안보협력체가 없던 우리로선 껍질을 깬 중대한 결정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막겠다며 중동에서 발을 뺀 결정(Pivot to Asia)이 나온 게 2010년이다. 그 후 오커스, 쿼드, 칩4 협력이 진행됐지만, 중국의 심기 등을 고려한 한국은 어디에도 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국제 질서가 바뀌고 있다.
한미일 협력 강화에서 본 미래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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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의 군사협력은 우리 야당과 중-러가 의심하듯 훗날 다자 간 안보협력체인 ‘동아시아의 작은 나토(NATO)’가 될 수도 있다. 반성을 모르는 일본 탓에 가능성은 낮지만, 100% 안 된다고도 말 못 한다. 이재명 대표의 먹사니즘에 빗대자면 윤 대통령은 ‘죽사니즘(죽느냐 사느냐를 건 국가안보)’의 첫발을 뗀 것으로 역사는 평가할 수도 있다.
대통령은 그 과정에 일본과 대타협을 시도해도 되겠느냐고 국민에게 묻지 않고 결단했는데, 2018년 남북 군사합의처럼 훗날의 평가를 받는 영역에 해당하겠다. 야당은 “한국은 들러리”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이었다면 이랬을 것”이라는 대안은 안 들린다. 야당 대표의 인식이 “그냥 중국에도 셰셰(謝謝·고맙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된다”는 정도라면 시간이 더 필요하겠다.
문제는 필요한 결단이었다 하더라도 국내 정치에선 찜찜함이 넘친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이 안보전략과 역사적 아픔을 구분 못 해서 자초한 일이다. 일본과 협력한다고 해서 “역사를 잊지 말라”고 촉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독립기념관장 등에 뉴라이트 인사들을 임명한 대목에서 찜찜함은 더 커진다. 학술의 자유야 당연하지만, 굳이 공직을 맡길 필요가 있을까. 모든 정치를 한일전으로 만들겠다는 야당 생각을 알면서도 대통령은 죽사니즘 3국 협력의 정당성을 약화시켰다.
불필요한 역사논쟁 자초할 이유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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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