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지인들과 회 먹을 때 물고기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마주 앉은 사람이 바뀌어도 질문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제철 생선, 횟감 고르는 방법, 가장 비싼 횟감 혹은 물고기 이름의 기원이나 어류 명칭에 붙는 ‘치’와 ‘어’의 차이 등이 질문 빈도가 높다. 자주 답변하다 보니 머릿속에는 모범 답안이 있을 정도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치’와 ‘어’에 관해 물으면 내 답변은 늘 똑같다. “넙치는 비늘이 없고, 광어는 비늘이 있습니다.” 곧바로 말뜻을 알아채는 사람이 있고,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다. 같은 물고기인데 넙치는 순우리말이고, 광어는 한자어다. ‘치’가 붙으면 비늘이 없고, ‘어’가 붙으면 비늘 있는 어류라는 말이 틀렸음을 비꼬는 답변이다. 준치, 날치, 쥐치, 꼼치, 보구치, 홍살치, 등가시치 등은 ‘치’로 끝나지만 비늘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비늘이 있더라도 외관상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고등어, 장어, 병어, 상어 등은 ‘어’가 붙는다. 종결어 ‘치’와 ‘어’는 비늘의 있고 없음과 관련이 없다.
광고 로드중
‘치’가 붙은 물고기는 상류층이 관심을 두지 않은 물고기였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으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옛사람들은 준치 맛을 높이 평가했다. 준치는 시어(鰣魚)라는 이름과 경쟁해 이겼고, 날치는 비어(飛魚)를, 멸치는 추어(鯫魚), 갈치는 도어(刀魚)를 이겨서 ‘치’를 유지하고 있다. ‘치’와 ‘어’는 고유어냐 한자어냐의 차이일 뿐이다. 넙치든 광어든 비늘 유무와 상관없듯이.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