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밖 면접센터 ‘이음누리’ 이혼 조정중 떨어져 사는 부모-아이 전문위원이 ‘자연스러운 만남’ 도와 정기적 접촉으로 불안증세 극복도… 5년새 ‘면접’ 4배로 급증 “지원 확대”
“어디 갔었어? 엄청 보고 싶었는데. 왜 나 보러 안 왔어? 여기서 캠핑놀이 할까?”
80일 만에 아빠를 만난 네 살배기 딸은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아빠도 “많이 컸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라며 울음을 겨우 삼켰다. 올해 3월 경기 구리시에 문을 연 서울가정법원 광역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는 이처럼 이혼 조정을 진행하느라 아이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비양육자 부모들이 자녀들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 전문가 지원받아 자녀 만나는 이혼 부부들
서울가정법원 광역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면접교섭실 내부 사진. 서울가정법원 제공
사법부가 면접교섭센터 출범 10주년을 맞아 국내 최대 규모로 조성한 구리시 이음누리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법원 외부에 설치됐다. 부모의 이혼을 겪는 아이의 입장에서 법원을 찾아오길 꺼리는 심리를 감안했다고 한다. 법원의 사전처분을 받거나, 양측이 합의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총 6개월 동안 한 달에 두 차례, 1시간씩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나 엄마를 만날 수 있다. 양육에 서툰 부모를 위해 아동심리 등을 전공한 석박사급 상담위원 2명이 1개 조로 배치돼 아이와 부모의 만남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지원한다. 아이와 만나기 전에 부모에게 아이의 연령에 맞는 놀이 방법을 알려주거나 애착을 증진할 수 있는 말과 행동도 조언해준다. 만남 과정에선 한쪽에서만 보이는 유리벽 너머로 상담위원들이 부모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을 듣고 기록한다. 부적절한 대화가 이뤄지면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으로 이곳에서 마주하는 부모도 있다. 영아 때 헤어져 아빠를 알아보지 못했던 한 아이는 면접이 끝날 무렵 ‘아빠’라고 입을 뗐다. 부모를 비롯해 센터 직원들은 돌아서서 눈물을 참았다. 한 아이는 처음엔 부모와 만나길 거부하다가 만남이 끝날 때는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음누리에서 일하는 김희영 가사조사관은 “양육자는 이혼 조정 중인 상대에게 아이를 보여주는 걸 불안해하다가도 아이가 떨어져 살던 아빠나 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변화를 결심한다”며 “센터는 이혼을 진행 중인 상대방을 향한 분노와 아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걸 느끼는 곳”이라고 했다.
● 주말에 면접교섭 10건 중 7건 몰려
구리=장은지 기자 j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