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주 1회 외래 진료와 수술을 멈추는 휴진(응급·중증환자 진료 제외)에 동참한다. 2024.5.3/뉴스1
3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췌장암 환자 지 모 씨(72·여)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날부터 ‘주 1회 휴진’을 시작했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지 씨는 “내가 아는 사람은 유방암 치료가 다 끝난 줄 알고 있다가 몸이 이상해서 검사받았는데 다른 곳으로 (암이) 전이됐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병원에서 지금은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기다리다가 결국 지난달 초에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병원 출입문에 의대정원 이슈와 관련된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다수의 전공의가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교수들의 피로가 쌓이고 있는 가운데 빅5병원(서울대, 세브란스, 서울아산, 삼성서울, 서울성모) 등 대형병원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에 들어간다. 2024.4.28/뉴스1
폐암에 걸린 지인을 위해 춘천에서부터 운전해 함께 내원했다는 안 모 씨(72·남)는 “지인이 지난 3월 7일 원래 수술이 예정돼 있었는데 무기한으로 연기됐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려고 다시 온 것”이라고 밝혔다.
안 씨는 “어떤 이유에서든 의사가 환자를 떠난다는 건 자기 이익 챙기는 것밖에 안 된다”며 “수술도 미뤄지고 있는데 휴진도 하게 되면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밀려나면서 피해가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경질환자인 남편의 보호자로 온 70대 후반 여성 유 모 씨는 “환자 목숨이 달린 문제인데 의사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서로 양보를 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환자 목숨을 갖고 (정부와 의사) 둘 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한탄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정문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5.3/뉴스1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외래 진료나 수술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주 대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아산병원 교수 40여 명은 병원 정문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상처뿐인 의대증원 누굴 위한 정책인가’, ‘어제 밤을 새웠습니다 하루 쉬고 다시 진료하겠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중심인 의료정책 수립하라’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창민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당직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며 “정부가 살리겠다는 필수의료 분야 교수들이 지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피켓시위에 참여한 홍석경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실장이자 외상외과 교수는 “전공의나 인턴 없이 교수 3명이 번갈아 가며 당직을 서는데 잠을 이루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워야 한다”고 고된 업무를 토로했다.
그러면서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진료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체력적 한계는 있다”며 “가능한 한 이 상황이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