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뒤엔 한국처럼 인구붕괴 위험” 자녀 11명 머스크 “인구붕괴가 문제” ‘극우+인종차별주의’ 가능성엔 우려
“한 가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자녀 수는 4명이다.”(티머시 카니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이나 일본만큼 심각하진 않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이 1.62명으로 1930년대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저로 떨어진 미국에서 보수진영과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출산 장려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카니 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미국 가정은 4명의 자녀가 이상적”이라며 “사람들은 그 많은 자녀를 어떻게 키우냐고 묻지만, 부모가 하는 일은 많지 않다”고 주장했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자녀들이 크면서 서로 돕기 때문에 다자녀 양육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는 논리다.
출산 장려는 실리콘밸리 기업가들도 적극적이다. 공식적인 자녀만 11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표적이다. 그는 “인류에게 닥친 최대 위험은 기후 위기가 아니라 인구 붕괴”라고 여러 차례 설파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들은 종교적 이유가 아닌 과학과 통계, 자본을 바탕으로 정치권과 산업계에 출산 장려를 위해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사회가 적극적인 출산 장려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의 암울한 현실을 똑같이 겪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영리단체 ‘프로내탤리스’의 창립자 맬컴 콜린스는 “한국 벤처캐피털에서 일하며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며 “한국의 재앙적 인구 붕괴는 미국도 20년 뒤에 마주할 수 있는 미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출산 장려 움직임이 극우 세력의 인종차별주의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28일 “극우 보수주의자들이 출산 장려에 앞장서고 있다”며 “이는 백인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유전학, 이민 반대론 등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인구 대응을 주제로 열렸던 ‘나탈 콘퍼런스’는 참석자 대다수가 신보수주의 성향이었으며, 백인우월주의 대표 주자인 재러드 테일러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매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출산 장려는 또 다른 정치·사회 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