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 공동구매·공동영업 이어 영풍과 협업 축소 위험물질 관리 부담 가중·자체 물량 공간 확보 “지분 경쟁·소송 등 갈등 속 독자경영 강화” 분석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안전 이슈 온산제련소로 ‘불똥’ “영풍 계열 동종업체라는 이유로 조사 등 조업 차질” “영풍 자체 시설 마련 위한 유예기간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업계에서는 제련업을 넘어 전기차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 확장을 꾀하는 고려아연이 환경오염과 안전사고 등의 리스크가 있는 영풍 석포제련소와 선을 긋고 사업적 결별을 본격화하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계열을 경영하는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그룹 장형진 고문 측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이어진 갈등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영풍그룹은 지난 1949년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공동으로 설립한 이래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계열을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계열은 최씨 일가가 경영하면서 동업관계를 이어왔다. 창업주 3세 최 회장 측과 장씨 일가 2세 장 고문 측 갈등은 2년여 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최 회장 측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장 고문 측 간섭과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측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이어졌고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배당과 정관 변경 안건을 두고 표 대결까지 벌어졌다.
고려아연은 본사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44년 동안 본사로 사용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벗어나 종로구 그랑서울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영풍그룹과 고려아연의 관계가 틀어졌지만 양측 지분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실제 계열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미래 전략 ‘트로이카드라이브’를 내걸고 성장 동력 확보를 꾀하는 고려아연이 다른 간섭 없는 ‘경영분리’를 추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영풍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0일 서울 논현동 영풍 본사 별관 앞에서 영풍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과 안전사고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황산취급 업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현재 온산제련소에서 20기의 황산탱크를 운영 중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받는 40만 톤(작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 톤의 황산을 처리한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로 독성이 강한 유해화학물질이라고 한다. 사고 예방을 위해 엄격한 관리와 함께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른 여러 의무와 부담 등을 감당해야 하는 물질이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협업 시 자체적으로 배출한 황산 외에 위험물질을 추가적으로 외부에서 반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사회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강조했다. 안전하게 산업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용도 상당히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밖에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 폐기, 시설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 필요성, 자체 황산 생산 증가로 제련소 부지 내 공간 부족 등의 이유도 들었다. 특히 오는 2026년에는 자회사 캠코의 ‘올인원 니켈제련소’ 가동 본격화로 연간 18만5000톤 규모 황산이 추가 생산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려아연 측은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는 조업차질과 생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제 고려아연에 위탁하는 연간 황산 물량이 19만 톤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당 수준 물량은 육로를 통해 더 가까운 동해항(약 65km)으로 옮겨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는 온산선 철도를 통해 300km 거리에 있는 온산제련소로 황산을 수송해 왔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그룹과 지속해 온 협력관계를 감안해 영풍 측에 사전에 통지하고 동해항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 외에 영풍 측이 자체적으로 황산 관리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등 관련 사안에 대한 상호 협의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