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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주-대전 초소형 위성 개발… 지자체가 ‘민간 우주시대’ 연다

입력 | 2024-04-15 03:00:00

‘부산샛’ 4년간 개발해 내년 발사… 해양 사고-미세먼지 등 모니터링
‘진주샛’ 경남도-경상대 함께 개발… 작년 발사했지만 궤도 진입 실패
‘대전샛’ 6U급 초소형 위성… 92억 원 투입해 2026년 발사
데이터 수집-해양감시 등 활용… “명확한 목표 세워 정부와 협력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제작된 초소형 해양관측 위성인 ‘부산샛’. 부산시 제공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달 궤도선 ‘다누리’ 발사 성공으로 국내 우주개발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된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도 잇달아 자체 예산을 투입해 위성 개발·발사에 나선다.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를 지자체 주도로 구현해 민간 우주기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자체별로 필요한 위성 데이터를 얻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위성 개발과 발사에 수십억 원의 비용이 드는 만큼 따라하기식 경쟁보다는 위성 발사의 목적을 분명히 해 득과 실을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관련 업계와 지자체에 따르면 4년 전 위성 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한 부산시가 위성 ‘부산샛’을 내년에 발사할 예정이다. 부산시와 유사한 시기에 진주시가 경남도청, 경상국립대 등과 함께 위성 ‘진주샛’ 개발에 착수, 지난해 말 1차 발사했으며 대전시도 ‘대전샛’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지자체들은 위성 개발이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늘리고 정책 수립에 필요한 데이터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얻을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 해양감시·데이터 통신 등 자체 위성 발사 ‘열기’

부산샛은 2020년 정부와 시 예산 182억 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공모 지역발전투자협약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부산시는 총 37억9000만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송찬호 부산시 해양수도정책과 해양산업팀 과장은 “부산샛이 해양 미세먼지, 불법 어업, 해양환경오염, 선박 사고 등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해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진주시도 4년 전 초소형 위성 진주샛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첫 진주샛인 진주샛-1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콘9에 실려 발사됐지만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진주시는 50억 원을 투입해 진주샛-1의 약 3배 크기인 진주샛-2를 2027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진주샛-1 제작비는 진주시가 전액 부담했으나 진주샛-2부터는 경남도가 개발비를 지원한다. 진주샛-2는 해양 관측용 카메라를 장착해 한반도 연근해 해수면 및 선박 모니터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게 목표다.

대전시도 92억 원을 투입해 2026년까지 6U(유닛, 가로세로 10cm인 초소형 위성 단위)급 초소형 위성을 발사하는 대전샛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구 관측을 목표로 하는 대전샛 프로젝트에 참가할 컨소시엄 기업 5곳이 8일 선정됐다.

● 지역 산업에 활기… 전문가들 “득실 잘 따져야”

지자체의 위성 개발은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의 인력, 기업 등 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부산샛은 부산에 본사를 둔 우주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진주샛은 경상국립대, 대전샛은 지역 우주 기업 등과 협력한다. 참가 기업이 모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다.

오현웅 한국항공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중소 우주기업이 위성을 개발하고 발사할 기회가 많아져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만 지금까진 부족했다”며 “지자체가 기업에 기회를 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우주 관련 인재 양성 효과도 덤이다. 실제로 진주샛-1 개발에 참여한 경상국립대 석사과정 학생 3명 전원이 우주 분야 기업에 취업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투입 예산 대비 효과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 국내에서 우주발사체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사에만 지자체 재원 수십억 원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진주샛-1은 스페이스X 발사체로 발사됐고 부산샛도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위성의 활용을 고려한 역량 결집을 시도하는 등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을 내놨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초소형 위성의 경우 크기 때문에 용도가 제한적”이라며 “지자체에서 띄운 한 두개 위성으로 의미 있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위성 개발 자체가 목표여서는 안 된다”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위성을 이용해 어떤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린 뒤 지자체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지자체 위성과 협력해 해양 관측용 위성 영상을 수집, 빈번하게 발생하는 선박 사고를 막겠다’와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일본에서도 지자체가 지역 기업과 함께 위성을 개발하고 있는데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긴밀한 협력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