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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얼음벽’ 구멍의 원인은 ‘심층수 소용돌이’…극지연구소가 규명

입력 | 2024-04-12 10:29:00

서남극 스웨이츠 빙붕 녹이는 새로운 기작 세계 최초 제시
남극 유입된 따뜻한 심층수 소용돌이가 빙붕 하부로 올려



ⓒ뉴시스


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는 남극의 빙하가 사라지는 것을 막는 ‘얼음벽’이 무너지는 원인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빙붕(ice shelf)은 빙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뒤에도 떨어지지 않고 빙하와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수백 미터 두께의 ‘얼음벽’이다. 대륙 위 빙하가 바다로 유입되는 속도를 늦추고, 외부에서 오는 따뜻한 바닷물을 막는 역할을 한다.

서남극 아문젠해에 위치한 스웨이츠 빙하는 현재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다. 스웨이츠 빙하를 보호하는 빙붕이 붕괴하면 스웨이츠 빙하는 물론, 주변 빙하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서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약 5m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극지연구소 박태욱 박사와 일본 홋카이도 대학교, 서울대학교 국제 공동 연구팀은 바다를 컴퓨터로 재현하는 최신 해양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스웨이츠 빙붕을 녹이는 핵심 기작으로 해저에서 발생한 소용돌이를 지목했다. 북쪽에서 남극 연안으로 유입된 따뜻한 심층수를 소용돌이가 빙붕 하부로 올려보내 녹인 것이다.

스웨이츠 빙붕 주변의 해저면이 빙하에 의해 깎인 계곡 형태를 보이는데, 해류가 이 위를 지날 때 지형의 영향을 받아 소용돌이가 발생한다게 연구팀의 설명했다.

기존 연구들은 따뜻한 바닷물을 빙붕으로 유입시키는 원인으로 남극해 표층에 부는 강한 바람을 꼽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해류와 해저 지형의 상호작용이 빙붕에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해류가 강했던 해에 빙붕이 더 빠르게 녹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속이 빨라지면서 소용돌이가 강해졌고, 고온수를 빙붕에 더 가깝게 상승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과제인 ‘급격한 남극 빙상 용융에 따른 근미래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예측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국제 저명 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4월호에 게재됐다.

박태욱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남극해는 핵심 고리”라며 “이번에 확인한 스웨이츠 빙붕의 붕괴 기작을 바탕으로 남극의 미래를 예측하고 인류에 대한 위협에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