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몸낮춘 李 “국민의 승리”… 당내 “김준혁-양문석 방치해 10석 잃어”

입력 | 2024-04-12 03:00:00

[4·10 총선 후폭풍]
이재명 “승리 기쁨 즐길 상황 아냐”
총선 끝나자 反尹보다 민생 강조
당 안팎 “논란 당선인 선조치 필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김부겸·이해찬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왼쪽부터)이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은 4·10총선에서 175석을 얻으며 단독 과반을 달성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4·10총선에서 압승한 다음 날인 1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지역구 의석(161석)만으로 단독 과반을 이뤄낸 그는 “과반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지도부에선 “개운치만은 않은 승리”라는 말이 나오면서 긴장을 풀지 못하는 모습이다. 애초 당에서 예상했던 수준에 못 미쳐 “막판 후보들의 막말 논란과 부동산 의혹을 방치한 탓에 수도권과 부산에서 10석 이상을 손해봤다”는 분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선거에 임박해 실시한 당 자체 판세 조사 결과에서 민주당이 지역구만 180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보다 실제 의석수는 20석가량 낮은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총선 당선인들을 향해 “당의 승리나 당선의 기쁨을 즐길 정도로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선거 이후에도 늘 낮고 겸손한 자세로 주권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됐다고 해서 함부로 말을 하거나 겸손하지 않은 말을 하면 깨어있는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 과정에서 그로 인해 우리가 꽤 많이 의석을 잃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화여대 성상납 발언’ 등으로 선거 막판까지 논란을 일으킨 김준혁 당선인(경기 수원정)과 ‘사기대출 논란’의 주인공 양문석 당선인(경기 안산갑)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수도권 당선인은 “당의 텃밭에 출마한 두 사람은 살아 돌아왔을지 몰라도 서울 한강벨트나 부산 낙동강벨트 등 중도층 비율이 큰 격전지에 출마한 후보들이 대신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서울 의석은 37석으로 21대보다 4석 줄었으며 부산에서는 현역 의원 3명 가운데 전재수 당선인(부산 북갑)만 생환했다. 당 지도부 의원은 “선거 운동 막판 한강벨트와 낙동강벨트를 중심으로 분위기가 급속히 좋아졌다고 판단했는데 정작 실제 결과는 달랐다”며 “두 사람의 논란으로 인해 적어도 10석을 잃었다고 분석해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해단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당선인들을 둘러싼 논란이 서울과 부산의 의석수 감소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에서 차분하게 분석을 해 볼 예정”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또다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함정에 빠지기 전에 논란 후보들에 대한 선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당 핵심 관계자는 “21대 국회 당시 부동산 논란이 있었던 후보들은 의혹이 소명될 때까지 잠시 당을 떠나도록 했었다”며 “이와 같은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한 번 논의를 할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이날 선거 승리 후 첫 메시지로 ‘반윤 전선’보다는 ‘민생’에 방점을 찍은 것도 여론 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및 국민의힘을 겨냥한 메시지를 자제한 채 “여야 정치 모두 민생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민주당은 당면한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선대위 해단식 외 별도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인사를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큰 승리를 거둔 때일수록 몸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