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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108 대 192… 변화와 쇄신으로 상한 민심 치유해야

입력 | 2024-04-12 00:00:00

여당이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4·10총선에서 범야권에 84석 격차로 참패한 다음 날인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이관섭 대통령실비서실장이 일제히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 전반을 되돌아 보겠다”고 말했다. 왼쪽 사진부터 한 총리, 한 위원장, 이 실장. 사진=뉴시스·이훈구 기자·대통령실사진기자단


22대 총선은 ‘여당 108석 대 범야권 192석’으로 막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겨우 넘겼지만 집권 여당으로선 최악의 참패 기록을 남겼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용산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참모들은 어제 전원 사의를 표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앞으로 3년도 여소야대의 상황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국정의 중대 기로에 섰다.

총선 결과에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윤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그러나 참패의 원인도 해법도 대통령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 대통령은 “총선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겠다”고 했다. 국정 쇄신은 왜 민심이 2년 만에 싸늘하게 돌아섰는지를 성찰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 기대를 발판으로 당선됐지만 실제 국정은 그에 반하는 쪽으로 돌아갔다. 부인 관련 각종 의혹이나 문제들에 대해선 침묵하거나 얼버무리고,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에 관련된 전 국방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하게 한 게 단적인 사례다. 야당 대표와는 단 한 차례의 공식 만남도 갖지 않았고, 기자회견도 1년 반째 외면해 왔다.

이런 정치 실패는 가뜩이나 대통령의 기본 책무인 경제·민생 살리기를 제대로 못 한다는 국민의 불만을 더 큰 실망과 좌절로 응어리지게 했다. 고물가로 서민 고통이 가중되는 와중에 나온 ‘875원 대파’ 발언은 상한 민심에 불을 지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윤 대통령은 “국민은 늘 옳다”고 했지만 달라진 걸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국정 기조의 변화와 쇄신은 피할 수 없는 책무다. 대통령 스스로 “총선에 지면 나는 식물 대통령”이라고 우려했지만 그런 상황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윤 대통령은 우선 성난 국민의 마음을 보듬는 것에서부터 국정 쇄신의 동력을 찾아야 한다. 먼저 “나는 옳다”며 일방통행 리더십을 보인 것이나 공정과 상식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한 것 등에 대해 진솔한 사과와 소회를 밝힐 필요가 있다. 권위적 방식의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기자회견을 열어 답하기 힘든 질문도 받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밝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국무총리를 바꾸고 참모진을 바꾼다고 해도 대통령이 그대로면 새 인물들에게도 운신의 자유가 없다. 대통령이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하고, 참기보다 역정을 내기 십상이면 고언과 이견은 설 자리가 없다. 새 국무총리 등 내각 구성을 놓고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한 야당 대표와의 회동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런 협치의 노력 없이는 연금·노동·교육 등 3대 개혁은 물론 당장 발등의 불인 의료개혁도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

국민의힘도 용산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한 비대위원장 등 여당 지도부는 선거 기간 야당을 ‘범죄자 집단’으로만 규정하고 제거의 대상으로 몰아붙이기만 했을 뿐 집권 여당 대표로서 민생 현안이나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데 미흡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용산도 여당도 국민의 마음이 왜 상했는지를 잘 헤아리는 것, 그것이 쇄신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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