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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 잡으려 근육운동… 주부에서 헬스 트레이너 변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4-04-11 23:42:00

이인혜 씨가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로도 사라지지 않는 허리 통증을 잡기 위해 근육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은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종로구 파고다헬스클럽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는 이인혜 씨(59)는 클라리넷 전공으로 선화예술고를 다니다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했고, 결혼한 후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아이들 다 키우고 한국으로 돌아와 골프를 치다 허리 디스크가 터졌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 근육 운동을 시작해 이제는 보디빌딩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들 키울 때 식당을 운영했는데 그때 허리가 삐끗한 적이 있었죠. 그게 골프 치다 터진 겁니다. 수술도 했는데 자리에서 일어날 수도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죠. 의사 선생님이 ‘만성 통증이니 그러려니 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죠. 삶의 질이 완전히 엉망이 됐죠. 그때 친구가 파고다헬스클럽을 소개해 주면서 ‘제대로 운동을 해보라’고 했어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2011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2012년 1월에 수술했고 3년가량 고생하다 근육 운동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수술하면 오래된 충치를 뺀 것처럼 쉽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그런데 침대에서도 굴러야 일어날 정도로 아파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사는 게 우울했다. 근육 운동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그게 2014년이었다. 파고다헬스클럽 진광식 관장이 운동 재활에 관심이 많았다. 미국 살 때 취미 삼아 피트니스센터에 다니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근육을 만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엔 엎드리는 것도 못 했어요. 운동하며 내 몸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 이를 악물고 열심히 했어요. 달리고 코어 운동하고 각 부위 근육 운동을 차례대로 했죠. 한 1년쯤 했을까요. 근육이 강화되자 허리가 부드러워졌고 통증도 가라앉았어요. 괜찮아지니까 조금 소홀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럼 바로 허리가 뻣뻣해졌어요. 한 3년 지났을 땐 진짜 다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오면 또 아파요. 그럼 다시 우울해지죠. 그래서 그때 ‘아 이젠 평생 운동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죠.”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운동에 매진했다. 하루에 최소 2시간 이상 근육 운동에 매달렸다. 2016년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를 찾아 운동역학, 해부학, 운동생리학 등 이론 공부도 했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이 생활체육 보디빌딩 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본다며 함께 하자고 했다. 허리 통증 없애는 데 급급했던 그로선 별 욕심이 없었다. 그런데 다들 자격증을 딴다고 하기에 함께 시험 공부를 시작했고 합격했다. 2017년부터 트레이너로 일했다. 그는 “지도하는 것에 자신이 없었는데 관장님이 ‘자주 가르쳐 봐야 지도력도 는다’며 수업을 맡겼다”고 했다. 그는 “직접 지도해 보니 저처럼 허리 아픈 사람이 많았다. 또 저처럼 좌절감을 겪고 온 분도 많았다.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제 경험담을 얘기하고 함께 운동했는데 아팠던 분들이 좋아지면서 저도 많이 배웠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운동을 통해 통증도 잡고 건강해지니 재활에 관심을 갖게 됐죠. 그래서 다시 코치아카데미를 찾아 재활 공부를 했습니다.”

2019년 스포츠 재활트레이너 자격증도 따면서 몸이 아픈 회원들은 이 씨가 도맡아 지도했다. 그는 “아픈 부위를 잘 풀어주고 주변 근육을 강화하면 통증을 잡을 수 있다. 디스크는 물론이고 오십견 등 다양한 부위에서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엔 보디빌딩 심판 자격증도 획득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지만 보디빌딩 대회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선수들하고 똑같이 훈련하고 포즈, 워킹까지 배웠지만 대회 출전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씨는 새벽 일찍 출근해 오후 3시까지 트레이너로 일한 뒤 개인 훈련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하고 집으로 가는 게 루틴이 됐다. 그는 “지금 너무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