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최근 사과 가격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올 2월 사과 평균 소매가격이 10개에 3만 원에 육박했고 사과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월에는 88%를 넘었기 때문이다. 사과 등 과일 가격이 물가를 올린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으며 ‘금(金)사과’, ‘프루트플레이션’(과일+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상기후로 사과 꽃이 피는 4월에 서리가 내리면서 냉해를 입었고 7∼8월에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했으며 가을에는 우박 피해까지 발생해 사과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0.4% 감소했다. 농가 저장 물량도 전년보다 약 30% 감소해 평년 수준의 가격은 토마토 참외 등 대체 품목이 출하되는 시기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과일은 한 해에 한 번밖에 수확할 수 없고 몇 차례 수확할 수 있는 딸기, 토마토도 수확까지 적어도 서너 달은 걸리는 등 공급이 비탄력적이다. 물량이 조금만 감소해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와 농가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을 높게 받으면 농가 소득이라도 늘어야 할 텐데 작황이 나쁘니 팔 물건이 없어 농가 소득은 오히려 줄어든다.
이 같은 착시는 외국 사과를 수입하자는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사과는 병해충 유입에 대한 우려로 수입이 막혀 있는데 이를 허용해 국내 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2015년 북미의 과수화상병이 알 수 없는 경로로 국내에 유입돼 확산하면서 사과 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처럼 외국의 병해충이 국내로 들어올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농업도 생산 기반이 훼손되면 복구가 어렵다. 가뜩이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농업인이 속출하는데 한 해 가격이 올랐다고 수입 같은 단기 처방을 반복한다면 결국 우리 국민의 먹거리를 순전히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올해도 과일나무의 꽃이 평년보다 10일가량 일찍 필 것이라 한다.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서리라도 내리면 지금의 금사과 사태가 또다시 반복될까 염려된다. 냉해와 우박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면서 사과 생산량 감소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입이나 할인행사 같은 단기 처방보다 내재해성 품종 개발이나 시설 지원, 재해 발생 시 보상 현실화 등 농업인이 영농에 매진할 수 있도록 생산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합리적 가격으로 사과를 소비할 수 있게 하는 지속가능한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