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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심의 심판’ 9일 남았다

입력 | 2024-04-01 00:00:00

제22대 총선 선거기간 개시일을 하루 앞둔 27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계단에 선거일을 알리는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동아일보가 창간 104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번 4·10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5%가 더불어민주당, 34.7%가 국민의힘, 5.8%가 그 외 다른 정당을 각각 선택했다. 10.8%포인트 차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가는 형국이다. 비례대표 정당에 대한 투표 의향도 국민의미래 29.8%, 조국혁신당 24.0%, 더불어민주연합 20.6% 순으로 나타나 범야권이 여당을 앞질렀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아흐레 뒤 야당의 압승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전반적 야당 우세는 윤석열 정부 2년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냉정한 평가를 보여준다. 대선과 대선 사이에 실시되는 총선은 흔히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마련이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국정 안정론보다 높게 나타난 것도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혹독한 평가(‘잘 못하고 있다’ 61.5%, ‘잘하고 있다’ 32.7%)를 반영한다.

정부여당은 이번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고 나섰지만 현재로선 민심 흐름을 바꾸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서둘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수도권 확대론과 막대한 예산 투입 같은 공약을 쏟아냈다. 대통령까지 잇단 민생토론회로 여당을 거들었다. 하지만 그간 누적된 국민적 실망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했다. 특히 대통령수석의 막말과 주호주 대사 임명·출국 논란을 제때 수습하지 못했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마저 대책 없는 밀어붙이기라는 반발을 사고 있다.

사실 야당에 대한 높은 지지는 그런 정부여당의 실책 덕을 톡톡히 본 반사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반대세력에 대한 찍어내기식 ‘비명횡사’ 공천으로, 조국혁신당은 숱한 비리 혐의 인물들의 비례대표 배정으로 호된 여론의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보여준 무능과 독선, 불통의 정치는 그간 거대 야당의 횡포를 겨냥한 ‘야당 심판론’을 무색하게 만들었고 끝내 ‘중간평가의 시간’을 뛰어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민심의 물결은 도도하다지만 앞으로 어떻게 출렁거릴지는 알 수 없다. 여야 열성 지지층을 제외한 유권자에게 이번 선거는 최선(最善)의 선택이 아니다. 차선(次善)도 아닌 차악(次惡)의 ‘울며 겨자 먹기’식 투표를 해야 하는 처지다. 지금 국민은 정부여당의 오만함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지만 향후 예견되는 야당의 방자함도 날카롭게 경계할 것이다. 남은 9일, 누가 더욱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게 유권자에게 다가가느냐에 최종 결과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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