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런던을 포함해 영국 중남부를 가로지르는 ‘잉글랜드의 젖줄’ 템스강이 배설물로 뒤덮여 망신을 사고 있다. 195년 전통을 자랑하는 ‘옥스브리지(옥스퍼드 대 케임브리지)’ 조정 경기 참가자들에게 “튀는 물도 조심하라”며 입수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정도다.
환경단체 리버 액션은 29일 “대회 구간에서 시료를 채취해 수질을 검사했더니 대장균 검출량이 평균 2863CFU(세균수 단위), 최고 9801CFU에 이르러 허용치의 최고 10배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환경청의 해수욕장 대장균 허용기준은 100ml당 1000CFU 미만이다.
동아일보 DB
영국은 빗물과 하수가 같은 관으로 흐르기 때문에, 홍수 땐 역류를 막기 위해 하수를 일부 유출하도록 설계돼있다. 환경단체는 “하수 유출은 아주 이례적일 경우만 허용돼야 하는데 마구잡이로 내보낸다”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영국 수도 회사들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9년 민영화된 뒤, 설비투자나 서비스 개선보다 주주 배당을 위한 수익 증대에만 골몰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위 업체인 ‘템스워터’도 사모펀드와 해외연금기관 등이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부채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템스워터는 최근 자구책으로 수도요금 최대 40% 인상안 등을 내놓아 더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