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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이번주 ‘홍콩 ELS 배상안’ 확정… 배상금 최소 2조 수준

입력 | 2024-03-25 03:00:00

우리銀 이어 5개銀 임시 이사회…손실 고객과 자율배상 절차 예정
7월까지 10조483억 만기 도래…절반 손실 - 40% 배상시 2조 필요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달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한 자율 배상 방침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과 SC제일은행이 올 1분기(1∼3월) 실적에 반영할 배상금 관련 충당금 규모는 최소 2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금융감독원은 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된 제도 개선 방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SC제일 등 5개 은행은 이번 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손실 자율 배상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11일 분쟁조정 기준안을 발표한 만큼 신속한 배상에 나서기 위해서다. 앞서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결의하고 이번 주부터 투자자들과 접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권이 자율 배상 방침을 서둘러 확정하려는 건 금융당국의 압박도 작용하고 있지만 효율적인 경영실적 회계처리와 함께 정무적인 판단 등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임시 이사회를 건건이 열 수 없기 때문에 1분기 실적에 추정 배상액을 충당부채 등으로 반영하고 향후 차감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은행권에서 총선 전에 ELS 배상 이슈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려는 바람도 강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은행들이 사실상 금감원의 기준안을 수용하면서 배상액의 윤곽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은행권이 홍콩H지수를 집중 판매한 2021년 1∼7월 판매 물량 등을 통해 추산한 6개 은행의 1분기 충당금 적립액은 최소 2조 원 수준이다. 6개 은행이 판매한 10조483억 원 규모의 홍콩H지수 ELS 만기가 올해 1∼7월 돌아온다. 이 중 절반(5조242억 원)은 손실을 본다는 가정 아래 은행권이 평균 40%를 배상할 경우 약 2조97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은행권은 이번 주에 이사회 결의를 마친 뒤 홍콩H지수 ELS 투자로 손실을 입은 고객에게 자율 배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자율 조정이 실패하면 분쟁 조정, 소송 단계 등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손실이 확정된 고객이 있고, 우리은행은 ELS 판매 대상(약 450명·500여 계좌)이 타 사 대비 적어 배상 협의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감원은 홍콩H지수 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 증권 등 금융사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이달 22일 금융권별 감독, 검사, 소비자보호부서가 참여하는 내부협의체를 구성한 뒤 이와 관련된 협의를 시작했다. 협의체는 금융사의 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여부, 판매 방식 등을 폭넓게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마련한 뒤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고객의 선택권도 중요한 만큼 은행권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고 보긴 어렵다”며 “주요 금융 선진국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를 허용하되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사례가 있어 세부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