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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유아숲에서 자연 체험하며 배워요”

입력 | 2024-03-21 03:00:00

서울시 유아숲체험원 78곳 개장
곤충 구경하고 놀이물로 학습
장애-비장애 유아 협동 수업도
5월까지 곳곳에 ‘동행 가든’ 조성



19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서울숲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6∼7세 어린이 18명이 봄을 맞아 체험원을 방문했다. 초록색 옷을 입은 유아숲 지도자가 아이들과 체험원 곳곳을 누비며 자연의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저 나무 위에 있는 동그란 건 뭘까요?”

19일 서울 성동구의 서울숲공원 유아숲체험원. 공원 소속 유아 숲 지도자인 정인숙 씨가 이렇게 물어보자 인근 어린이집에서 모인 6∼7세 아이 18명이 각양각색의 대답을 쏟아냈다. “돌멩이” “큰 새” 등의 대답을 힘껏 외치는 아이들에게 정 씨는 “정답은 벌집”이라며 “겨울이 끝나고 잎이 다 떨어져서 잎에 가려져 있던 벌집이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초등학교 진학 전 유아를 대상으로 곤충, 꽃, 나무 등을 관찰하며 놀 수 있는 야외 체험학습장인 유아숲체험원을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개장한다. 약 5000㎡가 넘는 규모인 유아숲체험원은 도심 속에 아이들만을 위해 마련된 자연 공간으로 대피시설, 안전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시는 서울 전역에서 유아숲체험원 총 78곳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 흙 만지고 밧줄 타보며 체험

아직 추위가 감도는 이날 따뜻하게 차려입은 아이들은 유아 숲 지도자인 정 씨를 따라 약 1시간 반 동안 체험원 곳곳을 누볐다. 마치 큰 야외 공원 같은 서울숲공원 유아숲체험원에는 ‘습지생태원’ ‘제비 서식 쉼터’ ‘거미줄 모험 놀이대’ 등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아이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정 씨는 중간중간 멈춰 서서 “새똥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왜가리는 왜 이름이 왜가리일까”라며 아이 눈높이에 맞춘 질문을 던지며 답변을 유도했다. 아이들과 함께 체험원을 찾은 어린이집 교사 한성은 씨(37)는 “지난해에도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왔었는데 아이들이 이곳에 가는 걸 기대하고 좋아한다”며 “올해도 아이들이 계절이 바뀌는 모습을 자연에서 직접 볼 수 있게 자주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숲속에 바위와 흙, 곤충 등 자연물뿐만 아니라 밧줄이나 나무로 만든 놀이물을 직접 야외에서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조성해 호응을 얻고 있다.

● 장애 유아 등 맞춤형 복지 정원도

서울시는 올해부터 유아숲체험원에 정원을 조성하거나 ‘어울림 반’을 신설하는 등 새로운 변화 역시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올해부터 어울림 반이 신설돼 장애 유아와 비장애 유아가 함께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장애 유아들은 신체적 발달을 강화하고, 비장애 유아들은 협동 수업을 통해 사회 관계성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시는 또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동행 가든’ 역시 5월까지 곳곳에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에 있던 유아숲체험원의 유휴부지에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가꾸는 동행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직접 정원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정원별 이름을 짓고, 놀잇감 등도 만들 수 있다.

유아숲체험원에 정기 참여를 원하는 어린이집 등 기관은 공원 여가 센터 4곳과 자치구의 누리집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1년 동안 주 1회 정해진 시간에 유아숲 지도자가 진행하는 유아숲 교육을 이용할 수 있다. 유아를 동반한 일반 시민은 별도의 신청 없이 언제든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다. 공공예약서비스 시스템에서 ‘유아숲 지도자와 유아숲체험원 체험해 보기’를 예약하면 유아숲 지도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유아 숲 교육은 숲속에서 서로 함께 뛰놀고 생태계를 학습함으로써 ‘나’가 아닌 ‘우리’를 체화해 나갈 수 있다”며 “모든 아이가 즐겁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