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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건설사-대기업도 ‘공사비 갈등’… “증액분 달라” 항의 집회도

입력 | 2024-03-14 03:00:00

쌍용건설, KT앞서 2차집회 예고
“신사옥 공사비 급증, 171억 더 내라”
KT “물가변동 배제특약… 배임 소지”
롯데쇼핑-현대건설도 ‘주복 갈등’




공사비 급등과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30위권 대형 건설사가 대기업 발주처와 갈등을 빚은 끝에 정부에 조정 신청을 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계속될 경우 수분양자나 하청업체 등의 피해로 번질 수 있어 빠른 갈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최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11월에도 KT 판교 신사옥 앞에서 1차 집회를 벌이고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바 있다.

쌍용건설은 KT가 물가 인상에 따른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분 171억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공사 계약을 했던 2020년은 공사비가 급증하던 시기가 아니었지만 막상 2021년 공사를 시작한 뒤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시멘트값 파동 등으로 공사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KT는 계약 당시 ‘물가변동배제특약’을 넣었다는 점을 들어 계약금액을 증액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가변동배제특약은 공사 기간에 물가 변동이 있더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조항이다. KT 관계자는 “특약이 있는 상황에서 쌍용건설 측에서 요구하는 증액분을 지급하면 KT 주주들에 대한 배임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진행 중인 광화문 KT 사옥 리모델링 공사 역시 공사비 증액을 놓고 협의 중이다. 이 현장은 2021년 당시 계약금액 1800억 원보다 20% 가까이 공사비가 오른 상태로 알려졌다.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 KT 부지에 공사 중인 ‘롯데캐슬 이스트폴’도 롯데건설이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바 있다. 롯데건설과 KT 측은 지난해 8월 공사비 증액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일반분양에 돌입했고 현재까지도 협의 중이다.

롯데쇼핑과 현대건설 역시 2019년 계약한 광주 광산구 쌍암동 주상복합 신축 공사를 놓고 현재 국토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해당 현장은 2020년 착공에 들어가 다음 달 완공될 예정이지만 현대건설의 140억 원 추가 공사비 요구를 롯데쇼핑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 역시 물가변동배제특약을 들어 기존 공사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공사비 급등이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표준건축비는 2019년 1㎡당 192만3000원에서 올해 231만9000원까지 5년간 20.6% 치솟았다. 특히 물가변동배제특약이 시공사의 발목을 잡는 면이 크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넣는 특약인데, 과거의 공사비 상승은 건설사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최근 공사비 급등세는 예상치 못한 것인 데다 이례적으로 가팔라서 건설사도 분쟁 조정 신청 등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의견 청취 등 절차를 밟는 데 길면 1년까지 걸린다. 정부가 지난해 민간공사도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을 하도록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권고사항에 그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분쟁위는 양쪽이 합의해야 효력이 생겨 실효성이 낮다”며 “공사비가 타당한지 검토해 양측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