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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채용공고 내고 ‘주6일’ 강요…위법·부당 채용 281건 적발

입력 | 2024-03-06 17:00:00


지난해 전남 여수시의 한 제조업체는 구인광고를 내면서 ‘월 300만 원, 주 5일 근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월급은 300만 원이지만 주 6일 근무해야 한다”며 일방적으로 근무 조건을 바꿨다. 기업이 정당한 이유 없이 채용공고에서 제시한 조건을 근로자에 불리하게 바꾸면 채용절차법 위반에 해당한다. 결국 이 업체에는 과태료 120만 원이 부과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정부의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에 구인공고를 올린 기업과 건설현장, 청년을 많이 고용하는 사업장 등 총 627곳을 점검한 결과 281건의 위법·부당 채용 사례를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채용 후 근로 조건을 일방적으로 바꾸거나 입사지원서에 업무와 무관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북 고령군의 한 제조업체는 입사지원서에 키, 몸무게, 출신 지역, 결혼 여부, 재산, 가족의 학력 등을 쓰도록 했다가 과태료 300만 원이 부과됐다. 또 다른 제조업체는 채용에서 탈락한 수십 명의 이력서를 파기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고용부는 해당 업체에 “이력서를 파기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채용에 필요한 비용을 구직자에 떠넘긴 사례도 적발됐다. 한 제빵업체는 2022, 2023년 구직자 33명에게 보건증을 발급받으라고 요구했지만 여기에 필요한 비용은 따로 지급하지 않아 구직자들이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구직자 12명에게 신체검사 비용을 별도로 내라고 한 도매업체와 제약회사도 있었다. 고용부는 이들 기업에 “검사 비용을 환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고용부는 이달부터 워크넷에 채용 공고를 올리는 사업주에게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팝업으로 안내할 방침이다. 또 워크넷을 이용하는 구직자에게도 ‘직무수행과 무관한 개인정보 포함 금지’ 등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알려주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연 2회 민간 취업포털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법 사각지대에 있던 온라인 채용공고에 대해서도 구직 청년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채용결과를 구직자에게 고지하고 채용 서류를 파기한 사실을 알리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정채용법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