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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첫 강제수사… 의협, 집단휴진 시사

입력 | 2024-03-02 01:40:00

경찰, 의협 전현직 간부 등 압수수색
정부, 전공의 복귀 않자 전방위 압박
의협, 내일 여의도서 대규모 집회
“개원의들도 평일 휴진할 수 있다”



압수물품 싣는 경찰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이 압수품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경찰은 이날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뉴스1


경찰이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 이후 첫 강제 수사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의사면허 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의료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밝혔지만 대다수가 응하지 않자 의사 단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의 자택 등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지난달 17일 비대위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수련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6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도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 병원 이탈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공문을 보낼 대상이 연락이 안 닿을 때 홈페이지 게시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의 면허를 최소 3개월 정지시키고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태 초기 업무개시 명령 대상 중 등기우편이 반송되거나 전화번호가 바뀐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날 압수수색과 공시 송달에 대해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노동을 강제한다”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며 추가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위원장은 “공권력이 전공의 후배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전공의 13명 면허번호 공개… ‘최소 3개월 정지’ 처분 착수

[의료공백 혼란]
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공시 송달
“미복귀 확인뒤 고발 오래 안걸릴것”… 대상자들 “인턴 끝나 복귀할 곳 없어”
경찰, 의협 ‘투쟁 로드맵’ 등 압수수색… 병원장들 “환자 우선” 연일 복귀 촉구

정부는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 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 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공시 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
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

공시 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 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 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공시 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 “개원의 진료 중단 가능성”
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 “하루이틀 개원의가 집단 휴직하는 건 비대위에서 정할 수 있다”며 전공의에 이어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 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