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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地 가겠다던 ‘검수저’ 이원모 양지로… ‘찐윤’ 이철규 단수공천

입력 | 2024-02-27 03:00:00

與 조지연 前행정관은 경북 경산에
원조 친윤 권성동도 공천 받아
당내 “윤심 반영 결과 아니냐”
대통령실측 “공천 개입 없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 출신인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을 여당 강세 지역인 경기 용인갑에 우선(전략)공천했다. ‘찐윤’(진짜 친윤석열) 핵심인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에 대해선 경쟁자의 경선 포기를 이유로 단수공천을 확정했다. 현역 윤두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북 경산에는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메시지팀장을 맡았던 핵심 참모 조지연 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단수공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심(私心) 없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당내에선 이날 발표로 “쇄신 대신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윤 대통령 최측근들과 친윤 의원들을 양지에 공천하는 선에서 타협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死地도 따르겠다” 이원모 양지로

이 전 비서관이 공천을 받은 경기 용인갑은 최근 세 차례 총선에서 여당이 당선된 수도권 내 여당 양지로 손꼽힌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 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정찬민 의원이 2020년 총선에서 7.21%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 전 비서관이 원래 출마하려 했던 서울 강남을(4.53%포인트)보다 격차가 컸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선 용인갑에 해당하는 용인 처인구에서 윤 대통령이 46.64%를 얻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49.80%)에게 3.16%포인트 뒤졌다. 2022년 용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상일 시장은 처인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16.29%포인트 차로 제쳤다.

검사 출신인 이 전 비서관은 보수 텃밭인 서울 강남을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대통령실 출신이 양지만 찾는다’는 비판을 받자 “험지보다 더한 사지(死地) 출마를 결정해도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했었다.

이 전 비서관은 2021년 8월 윤석열 캠프 법률팀에 합류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 근무 당시 지인인 모 한방 의료재단 이사장의 딸 A 씨에게 현직 검사였던 이 전 비서관을 소개하는 등 윤 대통령 부부와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전 비서관 공천에 대해 “그 지역구가 결코 쉬운 곳이 아니다”라며 “용산 의중이 개입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조 전 행정관은 현역인 윤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지 사흘 만에 ‘텃밭’ 경북 경산에 단수 공천됐다. 조 전 행정관은 윤 대통령이 2021년 정치에 뛰어든 직후부터 메시지를 총괄하고 보좌해 온 핵심 참모로, 본선에서 친박(박근혜)계 무소속 최경환 후보와 맞붙을 전망이다.

앞서 부산 해운대갑에 단수공천된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은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왕비서관’으로 불렸다. 주 전 비서관이나 이 전 비서관은 현역 의원이 지역구를 떠나거나 의원직 상실로 공석이 된 여당 강세 지역에 무난히 입성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 친윤 핵심들 대부분 단수공천

친윤 핵심 의원들도 대부분 공천 가닥이 잡혔다. 원조 친윤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은 당초 공관위 내부에서 경선 방침으로 기울었다가 후보 경쟁력과 경쟁 예비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고려돼 단수공천 결정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철규 의원은 장승호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장 부위원장의 출마 포기로 단수추천을 굳혔다. 장 부위원장은 통화에서 “경선 포기는 제 개인적 결정”이라며 “총선 승리를 위해서 경선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한홍 의원(재선·경남 창원 마산회원)은 일찌감치 단수공천을 확정했다.

친윤 박성민 의원(초선·울산 중)은 ‘삼청교육대 출신’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됐지만 3자 경선 대진이 결정됐다. 서울 영등포을에서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박용찬 전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이 경선을 치른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과 친윤 핵심 의원이 속속 공천을 받자 여권은 술렁였다. 당내에서는 “아무리 시스템 공천을 해도 ‘윤심’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현역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정도면 최소한이고, 진짜 ‘윤심’ 대방출은 비례대표 추천에서 드러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텃밭인 영남과 강남 등에서 ‘국민 추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한 위원장은 “공관위가 국민들이 많이 사랑해주고 정말 원하는 분을 국민의 시각에서 선택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