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으나 경선에 계속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이자 그가 두 번 주지사를 지냈던 곳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90% 개표(오후 10시 30분)가 이뤄진 시점에서 39.3%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60.0%)에게 20%포인트(p) 격차로 패했다. 지난달 15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부터 뉴햄프셔, 네바다주와 버진아일랜드에 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승으로,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단 평가다.
그럼에도 헤일리 전 대사가 ‘승산은 작고 거금은 계속 들어가는’ 경선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이유가 주목된다. 그는 당일 경선 패배가 확실시된 후, 미국 유권자들이 후보가 한 명뿐인 소비에트식 선거가 아닌 진정한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면서 “우리는 내일(27일 경선이 열리는) 미시간으로 향하고, 그 다음 주 ‘슈퍼 화요일’(3월 5일) 경선을 치르는 주들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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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미(美)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금까지 전체 대의원 중 약 6%만 배정됐지만 3월 한 달에만 대의원의 65%가 배정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일정에서는 과반수 득표자가 모든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는 규칙(승자독식제)이 있다”고 전했다.
전체 예비선거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인 승자독식제가 진행되는 곳으로,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에게 이곳에서도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9명의 대의원 전원(캘리포니아)을 확보할 것이 거의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계속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후보 지명을 받지 못할 것이 자명하지만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에서 이탈하지 않는 이유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많은 형사·민사 등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경선에서 물러날 경우를 대비한 ‘버티기’라는 뜻이다.
다만 이보다 더 전략적 목표로 헤일리 전 대사가 움직인다는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2028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목표로 인지도 쌓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치 컨설턴트인 론 본진은 BBC 뉴스에 “사람들은 그녀를 기억할 것이고 그녀가 확실한 후보였다는 것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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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제3당 그룹인 ‘노 레이블스’(No Labels)의 후보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최근 미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더 큰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최종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