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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마을에서 1박2일 놀다가지 고래?

입력 | 2024-02-16 03:00:00

포경기지로 명성 떨치던 장생포
고래박물관 건립으로 제2전성기
최근 고래-수국축제로 인기몰이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조성 목표… 야간 콘텐츠-숙박시설 보완 총력



고래잡이가 성행했던 1970년대 장생포 마을을 재현한 울산 고래문화특구 내 고래문화마을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 구경하고 있다. 울산 남구청 제공


15일 찾은 울산 남구 매암동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1970, 80년대풍의 사진관, 중국집, 서점 등을 배경으로 방문객들이 사진 찍기에 한창이었다. 15m 길이의 밍크고래를 해체하는 조형물인 ‘고래 해체장’과 포수의 집, 고래고기를 삶던 고래막 앞도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경북 경산시에서 온 김영철 씨(46)는 중국집 ‘청해루’ 앞에서 옛 교복을 빌려 입은 아내와 아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김 씨는 “울산 하면 고래가 유명해 가족들과 왔다”며 “고래 관련 시설만 있는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 때 친구와 놀던 문방구도 있고, 연탄불에 달고나까지 만드니 옛날 생각이 난다”며 웃었다.

국내 최대 포경(捕鯨)기지였던 장생포가 관광객들이 숙박까지 하고 가는 체류형 관광지로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장생포는 연간 1000마리 이상의 고래가 포획되고, 해체돼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1986년 상업 포경이 금지되면서 마을은 급격히 쇠락했고, 인구는 1000명 남짓까지로 줄었다.

희망이 없어 보이던 장생포는 울산 남구가 2005년 고래박물관을 건립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2008년 장생포 일원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됐고, 고래박물관과 큰돌고래 4마리를 볼 수 있는 고래생태체험관, 바다에서 고래 떼를 관찰하는 고래바다여행선, 실물 크기의 대왕고래·혹등고래·범고래 등의 조형물이 있는 고래조각공원, 모노레일, 어린이 체험 시설인 웰리 키즈랜드, 미디어아트 전시관인 ‘웨일즈 판타지움’, 고래문화마을 등 관광 인프라가 잇따라 조성됐다.

2020∼2023년 예비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울산고래축제를 비롯해 수국축제, 호러페스티벌 등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15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래문화특구가 전국 우수 특구로 뽑혀 국무총리상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의 2023년 한국 관광 100선에도 뽑혔다.

그러나 관광객이 금방 떠난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울산 남구는 관광객들이 장생포를 관광객이 숙박까지 하고 가는 체류형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숙박시설 등 부족한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고, 야간 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보완에도 나선다. 장생포 문화창고 외벽에는 대형 3차원(3D) 전광판을 설치해 다양한 고래들이 실제 헤엄치는 듯한 영상물도 띄울 계획이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의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에 선정돼 울산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인 445억9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도 호재가 됐다. 남구청은 2027년까지 △체험·체류형 관광 명소 조성 △야간 관광 활성화를 통한 빛의 마을 조성 △방문객 중심 참여형 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설정하고, 미래 관광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병행한다. 구체적으로는 스카이 라이드와 롤러코스터형 집와이어, 코스터 카트 등 다양한 익스트림 체험 시설을 조성하고, 옛 장생포 해군기지 부지에는 게스트 하우스도 만든다. 남구는 올해 사업대상지별 기본 구상을 마치고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은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사업을 통해 고래문화특구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면서 “앞으로 4년간 미래 관광 도시 비전을 실현해 연간 500만 명이 방문하는 대한민국 관광 1번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