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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친문 싸움터 된 부평을·상록갑… 민주당 지지자도 혀를 찼다[총선 LIVE]

입력 | 2024-02-13 18:04:00

“낡은 세력 청산” VS “친명팔이 행패”
경선 국면 앞두고 친명-친문 내전 본격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10시 반. 인천 부평구 갈산동에 위치한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 선거사무소는 휴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사무소 입구에 들어서자이 의원과 이재명 대표가 어깨동무를 한 채 나란히 서서 웃고 있는 사진부터 눈에 들어왔다.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 의원(비례대표)은 지난해 12월 친문(친문재인)계 현역 홍영표 의원(4선) 지역구(인천 부평을)에 도전장을 냈다.

12일 인천 부평구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비례대표)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 이재명 대표와 이 의원이 함께 촬영한 사진이 걸려 있다.

4·10 총선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천을 앞두고 민주당 내 친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인천 부평을과 경기 안산 상록갑을 찾았다. 친명 후보가 친문 현역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 이른바 ‘자객 출마’ 논란이 불거진 지역이다.


● “자객 출마 아니”라지만 곳곳서 ‘친명 호소’
사무소에서 만난 이 의원 캠프 관계자는 “이 의원은 1998년부터 이곳에 거주하면서 상인 운동도 하고 치킨 호프집도 운영한 부평 토박이라 이 지역으로 출마하는 것”이라며 자객 출마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 본인도 이날 페이스북에 “부평의 정치를 교체하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12일 인천 부평구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비례대표) 예비후보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 포스터.

그럼에도 ‘친명 호소’가 이 의원의 핵심 선거 전략인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였다. 선거사무소가 위치한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는 ‘이재명 당대표 직속 기본사회위원회 을(乙)기본권 본부장’ 이력이 적혀 있었다. 이 의원 보좌진도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전화를 돌려보면 상당수가 ‘이 의원이 진짜 친명이 맞느냐’고 물어본다”며 “그럴 때면 ‘이 의원이 이 대표와 정책적 방향성이 같다’는 취지로 답변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연휴 기간인 10일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개딸(개혁의딸)’ 등 이 대표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당 대표를 향해서 칼을 꽂는 행위들을 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이런 낡은 세력들은 과감하게 청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일 인천 부평구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 사무소의 전경.

전면전에 나선 이 의원과 달리 홍영표 의원은 ‘로키(low-key)’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 의원 사무소로부터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홍 의원의 사무소에는 별도 선거용 현수막도 걸려 있지 않았다. 홍 의원이 아직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홍 의원이 설 명절을 앞두고 지하철역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건 봤지만, 그것 말고는 특별히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4선 중진으로 원내대표를 지낸 홍 의원은 탄탄한 조직 기반을 앞세워 ‘친문 찍어내기’ 흐름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홍 의원 측 관계자는 “민주당 시·구의원 전체가 홍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여태 지역에서 역할을 다해 온 홍 의원과 ‘친명팔이’ 후보와 경선을 붙인다면 당의 행패”라며 “경선을 앞두고 조직이 똘똘 뭉치고 있다”고 했다.


● 주민들 “당내서도 편 갈려 싸워… 보기 싫다”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상록갑에서도 친명-친문 내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에 위치한 전 의원의 선거사무소에는 휴일임에도 회의를 위해 사무소로 출근한 보좌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 의원은 ‘지역발전론’을 앞세워 4선에 도전하고 있다.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엔 ‘안산에는 전해철’ ‘믿으니까 전해철’ 등 선거 슬로건이 적힌 대형 현수막 3개가 걸려 있었다.

12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건물 외벽에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다.

이 지역에는 친명 원외인사인 양문석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 후보는 당 경남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을 지내다 지난해 4월 지역위원장직을 사퇴한 뒤 안산 상록갑에 도전장을 내 ‘자객 출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통상 지역위원장은 해당 지역으로 그대로 출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 후보는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을 통해 출마를 선언하면서부터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로, 비이재명계를 비하하는 은어)의 뿌리요, 줄기요,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고 썼다가 당직 3개월 정지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양 후보는 그 뒤로도 줄곧 전 의원을 향해 “반(反) 개혁세력”이라며 날을 세워왔다.

양 후보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당내 반개혁파를 다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전 의원과는 달리 당원의 뜻을 정치적 의사결정에 반영해 대의민주주의를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양 후보는 직접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권리당원의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다.

12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예비후보 선거 후원회 사무소에 걸린 대형 포스터.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민주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명 대 친문’ 갈등에 부정적이었다. 13년째 인천 부평구에 거주 중인 회사원 전모 씨(48)는 “민주당 지지자이기는 하지만, 당내에서도 편이 갈려 서로 싸우는 모습은 아무래도 좋게 봐주기 힘들다”며 “본인들끼리 싸우기보다 국민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정모 씨(39)는 “각자 진영을 앞세우기보다는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서로 경쟁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