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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에 박수친 60대, 항소심서 무기징역 감형…왜?

입력 | 2024-02-08 07:55:00


동아일보DB


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이 남성은 사형선고를 받을 당시 판사의 판시를 듣고 박수를 쳤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서삼희)는 살인, 특수협박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68)에게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2월 27일 경남 창원시 주거지에서 동거녀 B 씨(40대)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B 씨의 자녀를 흉기로 협박한 혐의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가 항소심에서 양형이 무겁다고 주장하진 않았다”면서도 “직권으로 1심에서 선고한 사형이 적절했는지 살펴본 결과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의 잔혹성과 범행 목적 등을 보면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이라며 “지난 20여년간 사형 선고가 확정된 사례와 비교했을 때 말다툼을 이유로 흉기로 살해한 사안에서 피고인이 전과가 많다거나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보인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사형이 확정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돼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여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이 더 적정하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미성년자였던 1970년부터 특수절도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등 교도소에서 지낸 기간만 29년 8개월로 확인됐다. 그는 살인죄로 12년 복역하고 출소한 지 1년 1개월 만에 이같은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A 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며 검찰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부를 향해서는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내려달라”, “부장판사 정도 되면 커리어가 있는데 사형 집행 아직 안 해 보셨을 테니깐 당연한 소리라 믿습니다” 등 조롱하는 말을 쏟아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서 죄책감이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재범 위험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할 경우 가석방으로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다.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A 씨는 1심 선고 직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의 국선 변호인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다만 A 씨는 항소심 과정에서 양형부당은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A 씨는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도 검사를 향해 “사형돼 죽으면 네 머리 위에서 영혼으로 놀아줄게”라고 말한 바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