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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흑서’ 김경율 vs ‘강성 친명’ 정청래, 서울 마포을 빅매치

입력 | 2024-02-03 09:28:00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립’ 이슈가 블랙홀… “누구든 막아줄 사람 뽑을 것”




“평소 마포에 신경도 안 쓰다가 갑자기 김경율(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꽂는다고? 여당이 공천을 아주 무성의하게 하는 것 같아서 표를 주기 싫다.”(서울 마포구 망원동 50대 주민)

“마포을이 ‘정청래 공화국’이라는 말도 있던데, 이번에는 대안이 누가 됐든 ‘고인물’을 바꿀 때가 아닌가 싶다.”(서울 마포구 상암동 40대 주민)



민주당 현역 정청래, 지역 기반 탄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뉴시스, 뉴스1]

22대 총선에서 서울 ‘한강벨트’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마포을 선거구 유권자들이 현장 취재를 나간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곳은 대표적 친이재명(친명)계로서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3선)이 현역의원으로 있다. 최근 ‘586 운동권 정치 청산’을 기치로 내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포을에 출마한다”고 밝혀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김성동 전 의원과 정해원 전 마포을 당협위원장, 조용술 사단법인 청년365 대표활동가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등록(2월 1일 기준)한 상태여서 공천 확정까지 내부 경쟁이 남아 있는 상태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마포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서강·서교·합정·망원·연남·성산·상암동으로 이뤄진 마포을은 전통적으로 민주당계 정당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청년층과 젊은 부부가 많이 사는 데다, 진보 성향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 보수 정당에는 험지로 분류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정청래 의원은 53.75%를 득표해 당시 미래통합당 김성동 후보(36.78%)를 16.97%p 차로 여유롭게 따돌리고 당선했다(그래프 참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서 44.76% 득표율로 당시 한나라당 강용석 후보(39.04%)를 꺾고 첫 배지를 달았다. 18대 총선 때 강용석 전 의원과 리턴 매치에선 낙선했지만, 19대 총선에서 54.48% 득표율로 당시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37.19%)를 17.29%p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에서 정 의원이 컷오프되면서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전 의원은 42.29% 득표율로 당시 새누리당 김성동 후보(31.95%)를 꺾고 당선했다.

국민의힘 김성동 전 의원과 정해원 전 마포을 당협위원장, 조용술 사단법인 청년365 대표활동가(왼쪽부터). [김성동 페이스북, 정해원 페이스북, 조용술 페이스북]


하지만 최근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마포 표심에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 대선 마포구에서 윤석열 대통령(49.03%)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46.5%)를 2.53%p 차로 눌렀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마포 민심은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56.57% 득표율, 민주당 송영길 후보 40.83%)과 같은 당 박강수 구청장(48.73% 득표율, 민주당 유동균 후보 46.77%)을 택했다.

1월 30일 기자가 지역구를 찾았을 때 정청래 의원에 대한 지지와 호감을 나타내는 지지자를 상당수 만날 수 있었다. 그간 선거에서 민주당계 정당 후보를 뽑았다는 성산동 한 주민은 “정 의원이야말로 민주당 정신을 상징하는 사람이다. 지금처럼 여당이 엉망일수록 정 의원을 더 강력하게 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지층 사이에선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사천’ 논란에 대한 입장이 엇갈렸다. “김경율 비대위원이 그간 시민운동을 하면서 좌파에 대해서든, 우파에 대해서든 옳은 소리를 잘하던데 나오면 찍어줄 생각”이라는 반응과 “아무리 전략공천이라 해도 김성동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그동안 험지에서 고생했는데 갑자기 낙하산은 좀 그렇다”는 반응이 교차했다.



“소각장 못 막으면 구·시·국회의원 나올 생각 마라!”


마포 지역 정가의 최대 이슈는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립’ 논란이다. 2022년 8월 서울시가 1000t 규모의 쓰레기 소각장 입지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발표하자 지역 민심이 들끓었다. 서울시는 “신규 소각장이 필수”라는 입장이고, 마포구와 주민들은 “이미 소각장이 있는 마포에 또 소각장을 지어선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같은 날 상암사거리부터 상암고까지 상암동을 관통하는 월드컵북로를 따라 주민들이 걸어놓은 신규 소각장 건립 반대 플래카드를 여러 개 볼 수 있었다. “소각장 추가는 살인”이라는 날 선 표현부터 “오세훈 할아버지, 숨 쉬고 싶어요. 소각장 추가 백지화해주세요”라는 문구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소각장 못 막으면 구·시·국회의원 나올 생각 마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저게 딱 상암동 민심을 대변하는 말”이라면서 “윤석열이든, 이재명이든 자기네끼리 싸우는 것은 관심 없고, 쓰레기 소각장 막아줄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쓰레기 소각장 건립 이슈가 총선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건립을 추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불리할 수 있다. 서강동 50대 주민 김 모 씨는 “시장, 구청장 모두 국민의힘을 뽑아줬더니 쓰레기 소각장을 또 짓는다며 민심을 배신했다. 정청래 의원을 4선으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현역인 정 의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상암동에 사는 40대 박 모 씨는 “정 의원이 쓰레기 소각장 건립을 막기 위해 직접 뛰어야 하는데, 같은 당 시·구의원들에게 일임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면서 “마포가 ‘정청래 공화국’이라는 말도 있던데, 이번에는 대안이 누가 됐든 ‘고인물’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6호에 실렸습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