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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화, 사우디 절반 상하수도 설계… 韓 추가수주 기대

입력 | 2024-01-24 03:00:00

설계비용 1016억, 2026년 완료
총 32조 프로젝트 절반 설계 수행
향후 6조규모 시공 수주도 청신호
“정부와 ‘팀코리아’ 전략 주효”



18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공사(NWC) 본사에서 홍경표 건화 회장(오른쪽)과 반다르 마르푸아 알샤마리 NWC 총괄 매니저가 악수하고 있다. ㈜건화 제공


한국 기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토 절반의 상하수도 시설을 ‘전부’ 설계한다. 총 32조 원 규모 프로젝트의 절반을 직접 설계하게 된 것이다. 향후 시공, 운영관리 등 전 단계에 걸친 추가 수주도 기대돼 설계 사업이 ‘제2의 중동붐’의 한 축이 될 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건설엔지니어링 기업 ㈜건화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공사(NWC)가 발주한 자국 상하수도 확장 및 개선사업 설계사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건화와 NWC는 18일 계약을 체결했다.

상하수도 확장 및 개선사업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발표한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2050년까지 32조 원을 투입해 사우디 전국의 상하수도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프로젝트다. 건화는 동부·서부·남부·북부·북서부·중부 6개 권역 중 동, 서, 북부 권역의 설계 계약을 맺었다. 설계 사업비는 총 1016억 원으로 2026년 말 완료할 예정이다.

건화는 정수장 및 하수처리장 11개, 배수지 133개, 가압장 75개, 송수 및 배수관로 1000km, 급수 및 차집관로 8700km 등 상하수도 관련 시설 전체를 설계한다. 타당성조사부터 실시 설계, 시공입찰서 작성, 환경영향평가, VE(기능분석 및 개선) 등 시공 전 단계를 포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과거에도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상하수도 설계 사업을 수행한 사례는 많지만 대부분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이었다. 건화 측은 “이번 사우디 프로젝트는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국책 사업의 원도급 설계사로 참여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향후 중동 지역에서 한국 엔지니어링 기업 위상이 제고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계 단계를 한국 기업이 맡았기에 이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하는 시공사 선정 때도 한국 건설업체가 다소 유리해질 수 있다. 건화가 맡은 권역에서 향후 나올 시공 물량은 6조 원 규모로 예상된다. 상하수도 시설은 지속적인 유지, 보수 등 관리가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화는 그동안 중동 지역에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인프라, 카타르 알 다키라 하수처리시설, 사우디 메카 메트로 1단계 등 다양한 사업의 설계를 수행해왔다. 2022년 10월 발주된 이번 사우디 사업을 위해 지난해 2월에는 현지 법인까지 설립했다. 건화 관계자는 “상하수도는 물론이고 신도시 및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네옴시티 및 국부펀드 투자사업 등에 벤더 등록을 마친 상태”라며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협약(MOU)를 맺는 등 다른 분야 프로젝트 수주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더로 등록하면 각종 사업에 입찰 자격을 얻게 돼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환경부, 국토교통부, 현지 대사관 등 정부와 협업한 ‘팀 코리아’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화는 지난해 1월부터 환경부 녹색산업 협의체에 참여해 맞춤형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하기도 했다.

건화 측은 “현지 대사관부터 해외건설협회, 금융기관 등 각 기관이 보증서 발급 등 각종 절차에 적극 나서줬다”며 “앞으로 국내 건설 시공사들의 시공 참여가 가능하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