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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남은 원단 조각, 연료로 다시 써요”

입력 | 2024-01-23 03:00:00

용산구, 전용 배출 봉투 무상 배부
업체 처리 비용 아끼고 소각 최소화
동대문-성동-종로구, 환경부와 협약
차량 흡음재 등으로 재활용하기로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봉제공장에서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이 봉제원단 조각이 담긴 분리배출용 봉투를 옮기고 있다. 용산구는 이달부터 지역 내 봉제업체에서 배출하는 봉제원단 조각을 담는 전용봉투를 무상으로 배부한다고 22일 밝혔다. 수거된 봉제원단은 고형연료로 재활용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쓰고 남은 원단 조각을 전용 봉투에 담아 내놓으면 비용도 절약하고 재활용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죠.”

19일 서울 용산구의 한 봉제공장에서 이상태 한국봉제패션협회장(60)이 원단 조각 분리배출 봉투를 문 앞에 내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봉투는 이달부터 용산구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전용 수거 봉투다. 모은 원단은 고형연료로 재활용한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원단 전용 종량제 쓰레기봉투 비용만 하루에 6000원 넘게 들었다. 비용이 부담돼 일반 쓰레기봉투에 원단을 함께 버릴 때가 많았다”며 “전용 수거 봉투를 나눠주는 정책이 자리 잡으면 참여할 공장들이 훨씬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자치구가 봉제 원단이나 플라스틱 등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자치구들은 자원순환을 통해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절감하고 소각과 매립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 봉제 원단 모아 고형연료로 재활용
용산구는 이달부터 지역 내 봉제 업체에서 배출하는 봉제 원단 조각을 담는 전용봉투를 제작해 무상으로 배부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업체별로 분기당 300장까지 받을 수 있다. 구가 동주민센터 등을 통해 봉투를 나눠주면 봉제공장에서는 봉제 원단 조각을 따로 모아 배출한다. 용산구 내에 사업장이 있는 곳이면 모두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달 19일까지 무상 수거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229곳이다.

이날 찾은 공장에서는 의류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하루에 배출되는 원단은 75L 봉투 3개 분량에 달한다고 한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면 등을 모아 봉투에 넣어 일반 쓰레기를 버리는 곳에 갖다 놓으면 용역업체에서 수거해 간다. 이 회장은 “예전에는 쓰레기 봉투 값을 아끼려고 봉투가 찢어질 정도로 꾹꾹 눌러 담았다”며 “이젠 버리는 사람도, 수거해 가는 사람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수거된 원단은 고형연료 재활용 업체에 t당 12만 원의 처리단가를 지급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형연료는 산업용 보일러나 지역 난방회사 등에서 일반 가정 난방열을 공급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고 한다. 용산구 관계자는 “2017년부터 봉제 업체에 원단을 따로 분리 배출하도록 안내해 고형연료로 재활용하고 있었다”며 “불순물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자원 재활용률은 100%에 달한다”고 말했다.

● 재활용 체계 구축 나선 자치구들
봉제공장이 밀집된 자치구 3곳도 최근 버려지는 원단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동대문·성동·종로구는 16일 환경부, 한국섬유자원순환협회와 함께 폐원단 재활용 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시범사업은 봉제공장에서 배출되는 폐원단 조각을 재질별로 분리 배출하고 선별해 차량 흡음재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천연 섬유는 색상별로 구분해 세척과 혼방 과정을 거치면 다시 새 원단으로 만들 수 있다. 폴리에스테르 등 화학합성 섬유는 녹여서 재활용 섬유로 새로 사용할 수 있다.

자치구 3곳은 전용 수거 봉투에 폐원단 조각이 재질별로 분리 배출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폐원단 조각이 많이 나오는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넓혀갈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봉제공장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효과와 재활용 성과 등을 평가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