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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맞고 생긴 ‘기억-T세포’가 변이바이러스 제거한다

입력 | 2024-01-22 03:00:00

코로나 변이 재감염 막아주는 세포…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 겪으며 생겨
오미크론 변이주에 강한 면역 반응… 감염된 숙주 세포 찾아 빠르게 없애
“차세대 백신 개발에도 응용 가능”



백신을 맞은 후 또 오미크론에 감염돼도 기억-T 세포의 반응이 강화돼 감염병이 중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새로운 ‘변종’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변종 코로나19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가 제 모습을 바꿔 공격력을 키울수록 우리 몸도 이에 맞서 변화를 거듭한다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이끄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바이러스 면역 연구센터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인 오미크론 변이 돌파감염 시 형성된 기억-T세포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주에도 강한 면역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면역학’에 발표했다.

변이주는 어떤 변이를 일으키는 개체를 말한다. 2021년 11월 새롭게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주는 특유의 강한 전파력으로 금세 우세종이 됐고 변이를 끊임없이 양산했다. 2022년 오미크론 변이주의 ‘첫 세대’ 격인 BA.1, BA.2, BA.3, BA.4 등이 나타났다. 이 중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도 불리는 BA.2는 최초 나타난 BA.1보다 전파력이 최대 1.5배 높은 데다 증상 발현 간격도 짧았다. 이후엔 스텔스 오미크론보다 전파 속도가 약 23∼27% 빠른 것으로 알려진 BA.2.12.1 등 변이가 미국, 캐나다 등에서 확인됐다. BA.1과 스텔스 오미크론이 재조합되며 전염성이 강한 변종인 오미크론 XE도 연이어 등장했고 전 세계적으로 돌파감염과 재감염이 반복됐다.

연구팀은 백신을 접종한 후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겪으면 우리 몸의 면역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했다. 이를 위해 오미크론 감염으로 형성된 기억-T세포에 주목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접종받으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와 기억-T세포가 생긴다. 중화항체는 숙주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는다. 기억-T세포는 감염 자체를 예방하진 않지만 감염된 숙주 세포를 재빨리 찾아 제거해 바이러스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는다.

연구팀은 2022년 초 스텔스 오미크론(BA.2) 돌파감염을 겪은 회복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원형 바이러스를 비롯해 다양한 변이주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응하는 기억-T세포를 관찰했다. 대상자의 말초혈액에서 면역세포를 분리해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응해 항바이러스 사이토카인이라 불리는 면역물질을 생성하는 기억-T세포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BA.2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겪으면서 BA.2뿐만 아니라 이후 출현한 BA.4, BA.5, XBB 계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기억-T세포 반응이 강화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어 기억-T세포 면역을 강화시키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를 찾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겪으면서 미래에 새롭게 출현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까지 높아진 것”이라며 “오미크론 돌파감염을 경험할 경우 새롭게 출현하는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정민경 연구위원은 “지속적인 오미크론 변이주의 출현에 맞서 사람들의 면역도 점차 적응해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변이주까지 방어하는 면역력을 얻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차세대 백신 개발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는 “현재 유행하는 우세 변이주와 변이가 진행되는 계통 간 유사성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다음 변이주에 대해서도 기억-T세포의 방어력이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