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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한 달 새 20건 쏟아낸 용산의 감세-현금지원 ‘선심’ 릴레이

입력 | 2024-01-19 00:00:00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며 거주민의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제공


정부가 최근 한 달 사이에 20여 건의 감세와 현금성 지원,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부처별 업무보고 형식을 빌린 ‘민생토론회’나 고위급 당정협의 등을 통해 사흘에 한 번꼴로 깜짝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략 추산된 규모만 10조 원이 넘는데, 마땅한 세수 확보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자칫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4차 민생토론회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가입 한도와 비과세 혜택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면서도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는 유지하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증권거래세 인하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 조치로 줄어드는 세금은 연간 3조7000억 원이 넘는다.

앞서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액공제와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91개 부담금의 원점 재검토 등을 발표했다. 여기에 민생대책으로 내놓은 전기요금 및 건강보험료 감면, 시중은행의 이자 환급 등까지 합치면 감세와 현금성 지원 등에 드는 재원은 모두 합쳐 10조 원이 넘는다. 부담금 제도 개편, 취득세 감면 등 아직 정확한 규모가 추산되지 않은 항목까지 고려하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세수 확보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59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난 상황이고, 올해도 경기 부진으로 세수 확보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감세나 현금 지원이 이어지면 나랏빚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각 부처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대통령실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쏟아내는 것도 문제다. 대통령실은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만 할 뿐 세수 결손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연일 내놓는 선심성 정책은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건전재정 기조와도 역행한다.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은 야당의 추경 요구 등에 대해 ‘재정 중독’이라면서 “전형적인 미래세대 약탈이고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비판이 부메랑이 되어 대통령실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