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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집을 뒤덮어 살 수가 없어요”

입력 | 2024-01-09 03:00:00

인천도시공사 매입임대주택 건물
2개월만에 집 전체로 곰팡이 번져… “건물 결함 있는지 의심되는 상황”
iH “민원 해결 위해 조치 취할 것”




이달 3일 인천 서구의 한 iH(인천도시공사) 매입임대주택에서 입주민 A 씨가 거실 벽면에 핀 곰팡이를 가리키고 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곰팡이가 모든 방을 점령하면서 한겨울인데도 문을 열어 놓고 생활할 수밖에 없어요. 이사한 지 반년이 넘었지만 곰팡이 때문에 짐도 풀지 못하고,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이달 3일 인천 서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A 씨(53)는 거실 벽면 한쪽에 핀 곰팡이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구의 한 마을에 살던 A 씨 가족은 해당 지역이 iH(인천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 대상에 포함되자 지난해 7월 iH의 매입임대주택인 이 집으로 이주했다.

곰팡이가 가방까지 핀 모습. 공승배 기자 ksb@donga.com

하지만 약 2개월 전부터 집 안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고, 이후 방 곳곳까지 번졌다고 한다. 실제 이날 찾은 A 씨의 집에는 거실뿐 아니라 3개의 방 벽면에도 곰팡이가 번식하고 있었고, 옷걸이에 걸어둔 옷과 소파, 컴퓨터 등 생활하는 대부분의 공간에도 곰팡이가 번져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삿짐은 풀지 못한 채 그대로 박스에 담겨 있었고, 생활가구들은 대부분 공간이 가장 넓은 거실에 쌓여 있었다. 곰팡이 냄새도 계속해서 코를 자극했다.

이 같은 문제는 A 씨 집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층에 있는 인근 가구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45채 규모의 이 오피스텔은 2021년 12월 준공한 비교적 신축 오피스텔이라 주민들은 시공 과정의 문제를 의심하고 있다.

A 씨는 “갖은 방법으로 곰팡이를 없애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아이들은 ‘도저히 못살겠다’며 친구 집에서 생활하는 날도 늘고 있다”며 “여름에는 집에서 매일 30마리가 넘는 모기가 발견돼 고통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곰팡이다.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우리 집만의 문제라면 이해하겠지만 옆집들도 마찬가지이니 건물 자체의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A 씨와 함께 이주해 다른 임대주택에 입주한 가구도 같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iH는 현재 A 씨가 살고 있는 오피스텔 45채 전체를 2021년 12월 약 120억 원에 사들여 매입임대주택으로 활용하고 있다. iH는 이후 1년 6개월간 건물 하자 보수 등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입주민들에게 임대하고 있다. 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층이나 이주 대상 가구 등에 싼 가격에 임대하는 제도로, A 씨도 보증금 1000만 원에 약 30만 원의 월세를 내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곰팡이가 종에 따라 호흡기 질환이나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장천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곰팡이가 일반적으로 건물 벽 등에 살 수 없는 건 습기가 없기 때문인데, 최소한 습기 제거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균은 공기 중에 날아다니면서 호흡기나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iH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접수하고 조치에 나섰다. iH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해당 건물에서 한 차례 민원이 들어와 조치를 취했지만, 최근 같은 내용의 민원이 다시 접수됐다”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고, 조치 이후에도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승배 기자 ks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