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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옥 넘어 ‘핫플’로… ‘서울한옥’ 본격화

입력 | 2024-01-04 03:00:00

개관 두달된 공공한옥 휴게공간
‘서촌 라운지’에 1700여 명 찾아
서울시, 한옥 브랜드 개발해 홍보… 일부만 한옥 양식 갖춰도 지원금
향후 10년 ‘등록한옥 3000채’ 목표



지난해 11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누하동 ‘서촌 라운지’ 입구와 전경. 공공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이 공간은 기획전시 공간인 1층과 방문자 휴게 및 독서 공간으로 운영되는 2층(아래쪽 사진)으로 운영된다. 서울시는 우리 고유 공간인 한옥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서울한옥’ 정책 브랜드를 개발해 3일 발표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누하동의 한 골목.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을 나와 곳곳에 한옥 식당, 카페 등이 자리 잡은 서촌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니 ‘서촌 라운지’라고 적힌 현대식 한옥이 보였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고, 바닥과 벽면에는 가구 공예 전시품과 한옥 관련 서가가 마련돼 있었다. 도자기 잔에 웰컴 드링크로 제공된 둥굴레차를 마시며 한옥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복잡한 도심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도심 한복판에서 고즈넉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개관한 ‘공공한옥 라운지’다. 서울시가 공공한옥으로 운영하는 34채 중 휴게·라운지 용도로 만든 첫 공간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통 가옥으로서의 한옥뿐 아니라 이른바 ‘힙’하고 ‘핫’한 공간으로서의 한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한옥’ 정책 브랜드 개발
서울시는 우리 고유 공간인 한옥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난해 ‘서울한옥 4.0 재창조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생활 속에 한옥의 전통과 문화가 스며들 수 있도록 ‘일상 한옥, 새로운 한옥, 글로벌 한옥’이라는 콘셉트로 한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한옥 라운지는 서울의 대표 한옥마을인 서촌과 북촌 두 곳에 마련됐다. 서촌 라운지는 1층에 ‘K리빙’ 기획전시, 2층은 휴게 및 독서 공간으로 구성했다. 현재는 독일 가구 디자인 그룹 바우하우스의 가구·조명과 국내 현대공예 작품이 어우러진 ‘음미하는 서재’ 전시가 열리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계절 차(茶)회도 진행한다. 벌써 1724명이 서촌 라운지를 방문해 하루평균 방문객은 40여 명에 달한다. 북촌 라운지에서도 다도, 북촌 산책 등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문객이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시는 한옥의 매력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서울한옥’ 정책 브랜드도 개발했다. ‘오늘 우리의 마음을 담는 집’, ‘오늘 우리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오늘의 집’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설정했다. 로고는 한옥 기와의 리듬감과 선의 아름다움을 살려 디자인했다.

시는 우리 고유의 주거 문화인 ‘K리빙’을 홍보하기 위해 앞으로 서울한옥 브랜드를 공공한옥 북·서촌 라운지에 활용하고, 서울시 한옥 정책 홍보와 국내외 전시·행사, 한옥 기념품 개발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 일반 주택, 한옥으로 개조하면 수선비 지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한식 지붕 등 ‘한옥 건축양식’만 갖춰도 서울시가 수선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옥 건축 심의 기준을 완화해 한옥의 필수적 요소만 갖추면 전통 한옥이 아니라도 건축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최대 7500만 원까지 지원하며 식당, 카페 등 상업용 한옥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일반 주택을 한옥으로 짓거나 개조하더라도 수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신축은 융자금 포함 최대 1억 원, 전면 수선은 1억2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서촌과 북촌 등 한옥 보존 구역일 경우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한옥 지원 정책으로 지난해 신규 등록된 한옥이 130채로 전년 대비 170% 급증했다고 밝혔다. 현재 등록된 한옥은 1166채로 서울시는 향후 10년간 ‘등록한옥 3000채’를 목표로 한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서울한옥 브랜드를 통해 K리빙의 가치와 매력이 국내외에 확산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