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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노출 부담 없었다… 연기 집중하며 카타르시스”

입력 | 2023-12-18 03:00:00

넷플릭스 ‘스위트홈2’ 이진욱
특수감염인에 몸 빼앗긴 역할 맡아
얼굴 좌우 다르게 해 1인2역 살려



데뷔 20년이 된 배우 이진욱은 “연기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이해하며 나이 들게 돼 좋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멋으로 치장하지 않은 역할도 잘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5일 만난 배우 이진욱(42)은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2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일 공개된 이 드라마에서 이진욱은 감염으로 사람이 괴물로 변하는 세상에서 특수감염인 정의명(김성철)에게 몸을 빼앗긴 편상욱을 연기했다. 드라마는 시즌1의 아파트 ‘그린홈’을 떠나 새 터전에서 사투를 벌이는 차현수(송강)와 그린홈 생존자들을 그렸다.

무뚝뚝하면서도 다정한 편상욱과 악랄한 정의명의 성격을 둘 다 연기해야 했기에 사실상 1인 2역이었다. 이진욱은 “김성철 배우가 (편상욱의) 초반부 대본을 녹음해 보내줬고, 그걸 바탕으로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정의명은 편상욱의 몸을 제멋대로 조종하지만, 편상욱이 마음에 품었던 박유리(고윤정)가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리자 당황스러워한다. 이진욱은 편상욱의 일부분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른쪽 얼굴과 왼쪽 얼굴의 분위기를 달리하는 등 디테일을 살리려 애썼다. “얼굴 좌우가 다르면 묘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투명 테이프로 오른쪽 눈꼬리를 올린 채 촬영했어요. 두통이 와서 힘들었지만 다른 느낌을 주는 데 큰 도움을 받았죠.”

정의명에게 장악당하기 전의 편상욱을 연기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원작을 보면 편상욱은 마동석 배우 이미지에 가까워요. 그런데 감독님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며 저를 선택했습니다. 나라는 배우에게서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해 처음엔 카메라 앞에 서기가 어색했어요.”

다양한 액션과 전라 노출 등 만만찮은 장면이 적지 않았다.

“신인이 아니니까 현장에서 몸을 쓰고 연기하는 것이 편안하고 익숙했어요.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데 촬영에 집중하다 보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요. 특이하거나 잔인한 장면을 연기하는 캐릭터를 만나는 건 배우로서 쉽지 않은 기회죠.”

그는 시즌1에 비해 이번에 분량이 대폭 줄었다. 그는 “솔직히 아쉬웠지만 (내년 여름 공개하는) 시즌3에서는 아쉬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2003년 모델로 데뷔한 이진욱은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2012년), ‘보이스’ 시즌2, 3(2018, 2019년), 영화 ‘수상한 그녀’(2014년)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올해로 데뷔 20년. 그는 “잘 살아남았다. 원체 건조한 인간이었기에 연기를 하다 보니 많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점이 좋다”고 했다.

그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이두나!’에 이두나(수지)의 매니저 실장 P 역으로 특별출연했고, ‘오징어 게임’ 시즌2에 합류했다. 그는 “강렬한 작품을 많이 하다 보니 인간적이거나 소소한 사랑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