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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류이치 103분 작별 인사

입력 | 2023-12-11 03:00:00

‘인생 20곡’ 연주 영화 27일 개봉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고인의 검버섯 핀 얼굴과 지휘하는 듯한 손짓, 가시처럼 마른 손을 찬찬히 담았다. 엣나인필름 제공


피아노 앞에 앉은 남자의 야윈 등이 보인다. 올해 3월 작고한 일본의 세계적 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1952∼2023)가 남긴 103분간의 작별 인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27일 개봉하는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는 고인의 마지막 연주를 담았다.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영화 음악, 마지막 정규 앨범 ‘12’ 수록곡까지 음악 인생을 아우르는 곡들로 채웠다. 생의 끝을 직감한 그가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지난해 9월 8일부터 15일까지 총 8일간 촬영했다. 고인이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이라 생각했던 NHK 509 스튜디오에서 하루에 3곡 정도를 2, 3번씩 촬영했다.

곡 ‘lack of love’를 시작으로 모두 20곡이 연주된다. 고독한 느낌의 ‘solitude’, 밝은 분위기의 ‘ichimei-small happiness’, 애수에 찬 ‘the last emperor’로 이어진다. 고인이 직접 선곡하고 편곡한 곡들로, 깜깜한 어둠에서 새벽과 낮을 지나 다시 밤으로 가는 하루의 시간을 표현했다고 한다.

영화는 고인의 연주와 표정에 집중한다. 그의 아들인 소라 네오 감독은 흑백으로 화면을 처리해 관객이 연주에 몰입하도록 연출했다. 그 덕에 언뜻언뜻 들리는 고인의 힘겨운 숨소리와 악보 넘기는 소리 모두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생전 사카모토는 완성된 편집본을 본 후 “좋은 작품이 되었다”는 말을 남겼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