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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평소의 관심이 생사(生死) 가른다![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입력 | 2023-11-30 03:00:00

[인터뷰]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여성 암 1위 유방암… 20년 새 환자 약 4배 늘어
초기 증상 없어 자가·정기 검진이 치료 관건




정승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사진 지호영 기자

만약 유방에 전에 없던 덩어리 또는 염증이 생기거나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온다면 당장 큰 병원을 찾아가는 게 좋다. 유방암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여성 암 중 단연 1위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신규 여성 암 환자 11만7334명 중 2만4806명(약 21.1%)이 유방암이었다. 인구 10만 명당 암 발생자 수를 의미하는 조(兆)발생률은 96.4명에 이른다. 전체 암 중에서는 3~4번째로 많은 수치다. 한국유방암학회의 ‘2022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20여 년 전인 2000년 유방암 환자 수는 6234명에 불과했다. 20년 사이에 약 4배가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체 생존율이 조기진단과 치료법 등의 발전으로 꾸준히 높아져 국내 유방암 5년 상대 생존율(2016~2020년)은 93.8%에 달한다. 다른 주요 암과 비교할 때 가장 좋은 축에 속한다(국가암등록통계).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9년 암 사망자 가운데 3.3%로 매우 낮은 편이다(‘2022 유방암 백서’·폐암 22.9%, 간암 13%, 위암 9.4%, 췌장암 8%, 대장암 6.7%).


문제는 유방암이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전이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염증성 유방암처럼 진행 속도와 전이가 빠른 경우 발견되면 이미 3기가 넘었을 수도 있다. 본인의 자가 진단도 중요하지만 전문의에 의한 정기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연 유방암의 원인은 무엇이고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수술 후 복원술은 어느 정도 가능할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유방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승필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에게 답을 구했다.






유방암 5~10%가 유전적 원인
유방암이란?


“유방에 생겨난 암세포로 이루어진 종괴(혹)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유방의 유관과 유엽에서 발생하는 암을 일컫는다.”

유방암의 종류는 어떻게 나누나?

“유방암은 해부학적 구조를 기준으로 모유가 만들어지는 유엽에서 발생하는 유엽암, 모유가 흐르는 유관에서 발생하는 유관암 등 암의 발생 위치로 나누는 방법과 생체 표지자인 호르몬 수용체의 양음성, 사람 표피성장인자 수용체(HER-2 수용체)의 양음성 등 암의 성격에 따라 나누는 방법이 있다.”

각 종류별 유방암의 특징이 있다면?

“여성호르몬 수용체인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존재 여부, HER-2 수용체 여부에 따라 4가지의 조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호르몬 수용체 양성은 천천히 자라며 재발이 늦고, 호르몬 수용체 음성은 성장 속도가 빠르며 조기에 재발한다.”

유방암이 크게 느는 원인은?

“확실히 규명하긴 어렵지만 고지방, 고칼로리로 대변되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그로 인한 비만, 늦은 결혼과 출산율 저하,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등으로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총기간이 증가한 점 등이 요인으로 생각된다.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방암도 10% 정도로 판단되는데, BRCA 1·2 유전자가 대표적 유전자 변이다.”

유방암 중 유전은 어느 정도인가?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적 요인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한다. 유전적 소인이 있을 때 발생 위험이 2~4배 높다. 유전자 변이가 없는 가족 중에 유방암 빈도가 높은 경우도 있는데, 이런 때는 유전성 유방암이 아니라 가족성 유방암으로 부른다. 1차 친족 중에 유방암이 있을 경우 일반인에 비해 2배 정도 발생 위험도가 높다.”





유방 절제 환자 중 절반이 복원술

유방암의 대표적 증상은?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고,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젖꼭지에 잘 낫지 않는 습진이 생기는 경우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다.”

유방암의 진단은 어떻게 하나?

“자가 진단법, 임상 진찰, 유방촬영술, 유방초음파술, 생검 등이 있다. 한국유방암학회는 30세 이상에게는 매월 유방 자가검진을, 35세 이상은 2년마다 의사에 의한 임상 진찰을, 40세 이상에게는 1~2년마다 임상 진찰 및 유방촬영술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특이 소견이 있을 시 유방초음파술을 병행하고 초음파상 이상 소견이 있으면 생검을 시행한다.”

유방암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유방암의 치료법에는 수술, 방사선치료, 호르몬치료, 항암치료, 표적치료가 있다. 수술은 암 조직을 외과적으로 절제하는 것을 말하며, 방사선치료는 유방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것으로 유방보존술을 받은 모든 환자, 액와(겨드랑이)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병기가 높은 전절제 환자에게 시행한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의 경우 호르몬 억제 치료를 시행하며, 항암치료와 표적치료는 전신 치료 방법으로 주사를 통해 전신에 약제를 순환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그 외에도 최근에 면역치료를 포함해 다양한 치료가 많이 연구되고 있다.”

수술의 경우 복원술은 어떻게 하나?

“부분절제는 성형외과 도움 없이 유방외과 전문의가 절제 후 주변 조직을 모아서 모양을 만들고, 전절제는 병원에 따라 유방외과 의사가 복원까지도 하지만 대부분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복원한다. 우리나라는 70% 정도 환자가 부분절제술을 받으며, 30%가량이 전절제술을 받는다. 이 중 절반 정도의 환자가 복원술을 받는다. 복원술의 경우 기술 발전으로 티가 많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보형물이나 자가 조직을 이용해 유방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원래의 가슴과 달리 감각저하, 구형 구축 등의 문제가 아직은 남아 있다.”





치명적 ‘염증성 유방암’ 주의해야
각 치료법의 부작용이 있다면?

“수술의 경우 장액종 혹은 림프부종, 감각신경 손상으로 인한 이상감각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방사선치료는 피부 자극, 유방 내 부종, 햇볕에 탄 느낌 등이 있다. 호르몬치료의 경우 약에 따라 다른데, 타목시펜은 안면 홍조 같은 폐경 후 증상, 정맥혈전증, 자궁내막암의 발생 증가를 일으킬 수 있다. 마로마타제 억제제는 골다공증과 관절통을 유발할 수 있다. 항암치료는 종류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가장 흔한 부작용은 구역, 구토, 전신 쇠약, 탈모, 백혈구 수치 저하, 조기 폐경 등이다.”


유방암의 합병증은?

“유방암을 방치하면 암세포가 피부 속으로 침투해 염증성 유방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피부에 홍반이 생기거나 진물이 나고 심한 경우 출혈이 있을 수 있다. 또 림프절 전이나 뼈, 폐, 간 등의 타 기관 전이가 있을 수 있다.”

유방암의 기수는 어떤 기준으로 나눠지나?

“유방 종괴의 크기, 액와림프절 전이 여부, 경부(목)림프절 전이를 포함한 뼈, 폐, 간 등의 전신 전이 여부로 기수를 정할 수 있다. 모든 장기에 전이되었을 때 위험하나 뇌, 간 등의 전이가 뼈 전이보다 급격한 악화 양상을 보인다.”

유방암의 유사 질환은?

“염증성 유방암의 경우 단순 유방염과 구별해야 한다. 또 유방 종괴의 경우 섬유선종, 엽상종, 비정형 증식증, 유두종 등의 양성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직검사를 통해 정확하게 감별하는 게 필요하다.”

염증성 유방암 생존율이 다른 암보다 낮다고 한다.

“염증성 유방암은 유방 안에 있던 암이 자라서 피부까지 나오는 것이다. 피부가 시뻘겋게 변하고 붓고 이러니까 처음에는 암인 줄 모르고 염증인 줄 안다. 늦게 암 진단이 나오는 데다 진행이 빨라 생존율이 낮다. 전이도 잘되지만 치료한다 해도 다른 유방암보다 재발률이 높다.”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

“채소, 과일을 포함한 식단과 비만 조절, 규칙적인 생활,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음주는 피하는 게 좋고 자가검진 및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경우 예후(치료 경과)가 좋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