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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출근 강요에 점심값도 안 줘”… 금융업 비정규직 근로자의 눈물

입력 | 2023-11-28 03:00:00

고용부, 비정규직 차별 감독 결과
불합리한 차별 등 총 62건 적발
정규직과 상여금에 차등 두기도




은행에서 보증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단시간 근로자 A 씨는 월 20만 원의 식대와 월 10만 원의 교통비를 지급받지 못했다. 한 증권사에서 육아휴직 대체근로자로 일하는 B 씨는 지난 추석 당시 회사로부터 명절 귀성비 60만 원을 받지 못했다. A 씨와 B 씨가 식대와 교통비, 상여금을 받지 못한 건 이들이 비정규직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에서 이 같은 비정규직 차별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부는 2월부터 지난달까지 은행 5곳, 증권사 5곳, 보험사 4곳 등 총 14곳을 감독했다. 이 중 12곳에서 시간 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대우(7건·21억6000만 원), 연차 미사용 수당 및 연장근로수당 등 금품 미지급(12건·4억 원), 모성보호 위반(7건) 등 법 위반사항 총 62건을 적발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한 은행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에게 정규 출근 시간 10분 전에 출근하도록 강요했다. C증권사의 경우 상여금 수령 금액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등을 뒀다. 여러 은행, 증권사에서 최저임금 미달, 임신근로자에 대한 시간 외 근로 등 기본적인 노동권리를 침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국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는 812만 명. 전체 임금근로자의 37%를 차지한다. 고용 형태 역시 기간제, 파견, 용역 등으로 다양하다. 고령화 등을 이유로 앞으로도 다양한 고용 형태가 생겨날 것으로 보이지만,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근로환경 차이가 극명한 이중 구조는 금융업에서도 만연한 것이다.

고용부는 위반사항에 대해 시정지시를 내렸다. 근로계약서 내 임금, 휴가 등 필수 기재사항을 누락한 업체에는 과태료도 부과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얼마 전 취업포털기관 설문에서 취업준비생이 취업하고 싶은 곳 1위로 금융업이 선정됐는데, 그 이유가 ‘직원 복지가 우수할 것 같아서’였다”며 “금융업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은 만큼 그에 부응하기 위한 책임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정규직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근로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공정한 대우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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