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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최종일, 그라운드 못떠나던 김천에 기적이 찾아왔다

입력 | 2023-11-27 03:00:00

김천, 이랜드와의 안방경기 승리후… 휴대전화로 부산 경기 지켜봐
부산,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 허용
다잡았던 ‘K리그1 직행 티켓’ 날려
김천, 4연속 ‘강등뒤 곧바로 승격’




활짝 웃는 김천… 머리 싸맨 부산 26일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김천 선수들이 부산-충북청주 경기가 1-1로 끝난 것을 확인하고 기뻐하고 있다. 전날까지 2위였던 김천은 이날 서울이랜드를 1-0으로 꺾으면서 무승부에 그친 부산을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6일 부산과 충북청주의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시즌 최종전이 열린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 오후 3시에 킥오프한 이 경기는 후반 45분이 지나 추가시간에 들어갈 때까지 부산이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경기가 이대로 끝나면 부산은 이번 시즌 2부 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음 시즌에 1부 리그로 승격하는 상황이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부산 팬들도 ‘무조건 우승! 우리 자리로 돌아간다’고 쓴 현수막을 관중석에 걸고 2020년 이후 4년 만의 1부 리그 복귀를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부산은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 골을 내줬다. 추가시간 6분 중 2분이 남았을 때였다. 두 팀의 경기는 1-1로 끝났다. 부산은 후반 추가시간에 허용한 이 골로 시즌 우승 트로피까지 김천에 내줘야 했다.

김천이 2부 리그 정규시즌 최종일에 극전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내년 시즌 1부 리그 직행에 성공했다. 김천은 이날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와의 안방경기에서 전반 37분에 나온 김현욱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승점 71(22승 5무 9패)로 시즌을 마친 김천은 부산(승점 70)을 1점 차로 제치고 역전 우승을 했다. 부산이 1-0으로 승리했더라면 우승 트로피와 1부 리그 직행 티켓은 부산의 몫이었다. 2부 리그 우승 팀은 다음 시즌 1부 리그로 직행한다.

김천은 이번에도 한 시즌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하는 힘을 보여줬다. 김천은 2부 리그로 강등됐던 2013, 2015, 2021시즌에도 오래 머물지 않고 다음 시즌 곧바로 1부 리그로 올라갔다. 김천 경기 역시 이날 오후 3시에 킥오프했지만 부산 경기보다 조금 먼저 끝났다. 하지만 김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곧바로 그라운드를 떠나지 못했다. 휴대전화를 보며 아직 끝나지 않은 부산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있었다. 부산 경기가 1-1로 끝난 것을 확인하자 김천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김천의 선제 결승골을 넣은 김현욱은 “감독님이 부산 경기 결과는 신경 쓰지 말자고 했다. 하지만 후반 27분에 교체돼 나온 이후로는 신경이 쓰여 계속 확인했다. 이렇게 좋은 날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활짝 웃는 김천… 머리 싸맨 부산 후반 추가시간 실점으로 눈앞의 우승을 놓친 부산 선수들이 허탈해하는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1부 리그 직행 티켓을 놓친 박진섭 부산 감독은 경기 후 “하늘이 우리 편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실망감이 클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은 “비기고도 미안하다. 우리가 부산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부산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내년 시즌 1부 리그 승격의 기회가 사라진 건 아니다. 2부 리그 2위 팀은 1부 리그 11위와 치르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1부로 올라간다. 이번 시즌 2부 리그 3∼5위를 차지한 김포, 경남, 부천은 2부 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최종 승자가 1부 리그 10위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26일 현재 1부 리그 10위는 강원(승점 33), 11위는 수원FC(승점 32), 12위는 수원(승점 32)이다. 수원FC는 수원에 다득점에서 앞서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