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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그론 다이아’ 열풍에… 보석상 “천연 다이아 매입 안해”

입력 | 2023-11-22 03:00:00

“랩그론 다이아, 천연과 성분 같아”
천연 다이아, 22년전 가격으로 하락
“1000만원대 예물 반값에도 안팔려”




“최근 1년간 다이아몬드 가격이 계속 떨어졌습니다. 어디가 바닥인지도 몰라 당분간 매입 안 합니다.”

서울 종로구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유병록 씨는 “랩그론 다이아몬드가 나오고 1년간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실험실에서 제작한 ‘랩그론(Lab-Grown) 다이아몬드가 인기를 끌면서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지자 보석상 사이에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천연 다이아몬드 매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이다.

랩그론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10∼20% 수준이다. 성분은 동일한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나 찾는 고객이 많아지면서 반대로 수요가 줄어든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하락세다. 21일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해 최근 최저점을 찍었다. 지수가 개발된 2001년 2월 가격을 100이라고 할 때 최고점은 158이었고, 이달 21일에는 107이었다. 22년 전 가격으로 돌아간 셈이다.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KDT 다이아몬드의 ‘랩그론 다이아몬드’ 실험실에서 인공 다이아몬드가 판매에 앞서 가공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서울 대표 보석 상가인 종로3가 일대의 보석상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다이아몬드를 매입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보석상 고윤오 씨(49)는 “예전에 1000만 원에 팔았던 게 지금은 800만 원대에 팔린다”며 “경기까지 안 좋아지면서 판매가 더 안 돼 더 이상 (다이아몬드) 재고를 쌓아두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종로 보석 매입 전문센터의 이모 씨(50)는 “천연 다이아몬드 수요 자체가 줄었다”며 “1000만 원에 팔았던 천연 다이아몬드 예물이 지금은 500만 원 수준인데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집에 보관하던 천연 다이아몬드를 팔아 돈을 마련하려 했던 시민 대부분은 그냥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경기 동두천시에서 왔다는 A 씨(75)는 “다이아몬드 반지 3개를 팔려고 왔는데 가격이 너무 내려서 그냥 돌아가려 한다”며 “샀을 때 가격의 3분의 1도 안 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KDT 다이아몬드 실험실에 놓인 CVD리액터의 체임버에서 원석이 자라나고 있다. 

보석상들이 다이아몬드 매입을 잘 안 하려는 이유 중에는 고객이 랩그론 다이아몬드를 천연 다이아몬드로 속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보석상 서모 씨(37)는 “고유번호로 천연 다아이몬드를 감정하긴 하지만 랩그론 다이아몬드 성분이 천연 다이아몬드와 똑같기 때문에 고유번호가 위조될 경우 사기에 속아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강지은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