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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전면금지 첫날, 코스피 역대최대 상승

입력 | 2023-11-07 03:00:00

코스피 5.66% 급등… 2500선 회복
코스닥 7% 올라 3년만에 사이드카
공매도 잔량 많은 이차전지株 견인
美 긴축종료 기대, 亞증시 동반 상승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인 6일 외국인의 순매수 등에 힘입어 코스피가 5% 이상 급등하고 환율은 급락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인 6일 미국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과 맞물려 국내 증시가 폭등했다. 코스피는 역대 최대 폭(134.03포인트) 급등했고, 코스닥은 7% 넘게 치솟아 3년 5개월 만에 사이드카(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가 발동됐다. 외환시장도 원-달러 환율이 25원 넘게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하며 출렁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34.03포인트(5.66%) 오른 2,502.37에 거래를 마쳐 9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2,500 선을 회복했다. 상승 폭(134.03포인트)은 역대 최대이고, 상승률(5.66%)은 역대 46위다. 지난달 국내 주식을 대거 순매도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 하루에만 7000억 원 이상 사들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57.40포인트(7.34%) 급등한 839.45에 장을 마감했다. 상승 폭(57.40포인트)은 2001년 1월 22일 이후 22년 만에 최대다. 코스닥에 자금이 몰리면서 이날 오전 9시 57분 거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증시 급등은 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돌아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글로벌 투자심리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연 5%를 돌파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6%로 떨어지는 등 강(强)달러 현상이 약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1원(1.90%) 급락한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공매도 금지 여파로 공매도 잔량이 많은 2차전지 종목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 상장사 중 공매도 잔액 1, 2위(1일 기준)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가격 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코스피 공매도 잔액 1위인 포스코퓨처엠도 상한가를 기록했고, 2위인 포스코홀딩스는 19.18% 올랐다.

미국 고금리 기조 완화 가능성에 아시아 증시도 상승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37%)와 상하이종합지수(0.91%), 홍콩 H지수(2.14%)가 일제히 올랐다.




외국인들, 공매도 손실 줄이려 1조 사들여… “장기적으론 악재”


공매도 금지 첫날, 증시 폭등
공매도 잔고 많은 이차전지株 매수
전문가들 “쇼트커버링, 단기성 호재
증시 변동성 커져 외국인 떠날것”
美국채금리 하락… 환율 1297.3원

6일 증시 폭등은 공매도 물량을 많이 보유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앞다퉈 국내 주식을 사들인 영향이 컸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약 7000억 원, 기관은 2000억 원 순매수한 가운데 개인은 9000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순매수액은 올 5월 26일(9112억 원) 이후 최대 규모였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은 4718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이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선 외국인들이 이날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 첫날을 맞아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이른바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의 공매도 누적 거래액은 107조6300억 원으로 전체의 67.9%에 달한다. 이에 따라 공매도 잔고가 많은 포스코퓨처엠(29.93%) 등 2차전지 종목이 일제히 폭등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살아난 것도 주가 반등의 요인이었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로 동결한 가운데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커졌다. 이는 달러 약세로 이어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90% 떨어진 129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올 8월 4일 이후 3개월 만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전면 금지가 단기성 호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국내 증시에 실망해 외국인투자가들이 오히려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에 따른 쇼트커버링은 하루 이틀짜리 이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공매도 전면 금지 시행으로 인해 유동성이 낮아지고, 주가 이상 급등을 제어할 수단이 사라졌다”며 “극단적으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식에 투자하기보다는 선물 등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올 3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직후인 2020년 3월 16일∼6월 12일 개인투자자는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투자가들에게서 쇼트커버링 흔적보다는 국내 주식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 압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공매도 금지 여부와 증시 흐름의 상관 관계가 아직 밝혀진 게 없다는 분석도 많다.

다만, 일각에선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가 반등할 계기가 마련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한영 보고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쇼트커버링으로 2차전지 매수세가 유입되는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가가 상승했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기대감과 수출 회복으로 중장기 반등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공매도 금지에 “동의한다”고 밝힌 반면,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공매도를 한시 금지한 것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정치적인 요인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것은 시장 조치이고 법이 정한 요건이 있을 때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무 검토 없이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처럼 말하는 건 큰 오해”라고 반박했다.





쇼트커버링(short covering)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판(공매도) 투자자들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상승할 때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