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풍 상점-공방 연출하고 소설가와 협업해 스토리 구성도 MZ엔 홍보효과-외국인 관광자원 “연초부터 전담팀 꾸려 1년간 준비”
국내 백화점들이 연말연시와 성탄절을 앞두고 ‘인증샷 명소’로 변신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마이 디어리스트 위시’를 주제로 정세랑 소설가와 협업한 이야기를 시각적 효과로 풀어냈다.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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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약 100m 거리. 유럽풍 크리스마스 상점들이 일찌감치 들어섰다. 3층 높이의 상점 유리벽엔 소원과 희망을 담은 편지를 소중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편지 배달부 ‘똔뚜’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소설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쓴 정세랑 작가가 기획에 참여했다. 유리벽의 QR코드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면 을지로입구역 앞에 있는 대형 전광판인 ‘편지 상점’에 자신이 쓴 메시지를 노출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동화를 읽으며 길을 걷던 행인 누구나 자기만의 편지를 띄울 수 있다”고 했다.
크리스마스를 두 달이나 앞두고 백화점들 사이에서는 크리스마스 점포 장식 경쟁이 벌써부터 불붙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남기려는 고객들의 발길을 백화점으로 모아 매출로 연결하기 위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현대백화점은 ‘해리의 꿈의 상점’을 주제로 더현대서울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유럽풍 작은 공방들이 모여 있는 이국적인 마을 ‘H 빌리지’를 구현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조만간 올해 장식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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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3사가 크리스마스 장식에 공을 들이는 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인증샷’으로 SNS 등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고, 외국인 관광객에겐 관광 자원이 되기도 한다. 백화점 3사는 3분기(7∼9월)까지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소비 대목인 4분기(10∼12월) 매출 극대화를 위한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크리스마스 장식 기간 본점 식당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70% 뛰어올랐다. 이 때문에 올해는 지난해(11월 15일)보다 2주가량 일찍(11월 3일) 성탄절 장식을 선보이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엔 크리스마스 장식을 보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백화점 일대에 교통체증까지 걸렸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을 압도하려면 오프라인 매장으로 일단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매출 대목인 크리스마스 장식을 위해 연초부터 전담팀을 운영하고, 소셜미디어와 협업하는 등 1년 내내 준비한다”고 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