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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특사경, 카카오 대대적 수사… 檢특수부 출신 원장 취임후 힘 실려

입력 | 2023-10-26 03:00:00

관련자 처벌 수위따라 ‘실력’ 판가름
李, 에스엠 인수 포기 압박성 발언
IT업계 “금감원 권한 밖” 지적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재계 순위 10위권인 카카오의 시세 조종 혐의를 정조준하면서 출범 4년여 만에 수사기관으로서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특수부 검사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대형 수사를 벌이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향후 사건 관련자들의 형사 처벌 수위에 따라 특사경의 수사 실력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복현, 특사경 인원 보강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특사경은 올해 2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우면서 존재감이 크게 부각됐다. 2019년 7월 출범한 특사경의 첫 포토라인 대상이 카카오의 대주주 김 센터장이 된 것이다. 올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는 재계 서열 15위다.

특사경은 출범 후 한일시멘트 관계자의 시세 조종 혐의 사건을 제외하고는 주로 금융회사를 상대로 수사를 해왔다. 특사경 ‘1호 사건’도 2019년 9월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선행매매 혐의 수사였다. 특사경의 구조상 재계에서 순위권에 드는 기업을 대상으로 수사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사경은 사법경찰직무법에 따라 금감원 직원 중 금융위원장의 추천을 거쳐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임명하는 사법경찰관 등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이 원장이 취임하면서 특사경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는 게 금감원 안팎의 분석이다. 이 원장은 검찰 재직 당시 국정농단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대규모 형사사건 수사 경험이 많다. 이 원장은 올 7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이 있다”고 했고, 김 센터장 소환 이튿날엔 “(카카오) 법인 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사경이 검토하고 있는 김 센터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될 경우 검찰과 법원 단계에서 어떤 판단을 받느냐에 따라 특사경의 향후 위상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투자총괄 대표(수감 중) 등을 26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 ‘경제적 이득 박탈’ 발언 여진

이 원장이 전날 ‘경제적 이득 박탈’을 언급하며 카카오가 에스엠 인수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압박하듯 발언한 것에 대해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금감원의 권한 밖”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의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더라도 금융 당국이 카카오에 에스엠 주식 처분 명령을 내릴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인수를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거나 소송에서 지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인수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는 것 자체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또 한 번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 안팎에선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포토라인’까지 설치해 창업자인 김 센터장을 조사한 점을 두고도 반발이 일고 있다. 법무부에서도 피의자 등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포토라인 금지’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김 센터장을 공개적으로 소환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것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