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대학교 엠티(MT·멤버십 트레이닝)에서 술에 취한 동기 여학생을 부축했다가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학생이 유기정학 징계를 받은 가운데 총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대학생 A 씨가 모 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난 1월 A 씨에게 내린 ‘유기정학 3주’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대학 측이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이후 B 씨는 닷새 뒤 학과 교수를 통해 학내 인권센터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그는 학교 조사 과정에서 “A 씨가 속옷 안으로 손을 넣어 신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학내 성희롱·성폭력 고충 심의위원회는 당시 A 씨의 행위는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학교 생활지도위원회도 심의위 판단을 받아들여 A 씨에게 유기정학 3주 처분을 했다.
이에 A 씨는 “B 씨를 성추행하지 않았는데 징계를 받는 것은 억울하다”며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도 대학 측이 징계하면서 A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이 성폭력을 이유로 A 씨를 징계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를 따져 (성추행)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학 심의위는 신체 접촉이 있었고 피해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인정했을 뿐 어떤 신체 접촉인지를 판단하지 않았고 고의인지 과실인지도 따지지 않았다”며 “성폭력을 인정할 만한 다른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대학 측이 마땅히 고려해 할 사항을 누락해 내린 징계”라며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