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화학 “우리만의 제품 만들자” 설계 수없이 폐기하며 실험 반복 고난도 p도판트 독자 개발 성공 “자립도 더 높여 기술리더십 강화”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연구원이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소재인 ‘p도판트’를 분석하고 있다. p도판트는 OLED 발광 효율 향상과 소자 수명 연장, 소비전력 저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화합물이다. LG디스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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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를 만들고 폐기하는 과정을 10년 넘게 한 끝에 성공했네요.”
9일 LG디스플레이의 한 연구원이 그동안 해외 업체가 독점해 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핵심 소재인 ‘p도판트(dopant)’ 국산화 소식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술도 어렵고, 해외 업체들의 독점 특허로 진입장벽도 높아서 완전 새로운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은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오던 p도판트를 최근 양사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도판트는 소자 효율과 색 순도, 수명 등을 높이기 위해 OLED 발광층(빛을 내는 부분)에 첨가하는 화합물이다. 그중 p도판트는 OLED 발광 효율 향상과 소자 수명 연장, 소비전력 저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공기 중에서 쉽게 변질되는 특성 때문에 개발 난도가 가장 높은 OLED 소재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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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LG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대형 OLED 패널 양산에 성공했을 때만 해도 소재 및 장비 시장은 독일, 일본,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특히 소재 분야는 장비 분야 대비 개발 난도가 훨씬 높고, 투입 시간도 더 길었다. 소재 개발은 신약 개발과 유사하게 신물질 개발 및 관련 특허 획득 후 사업화를 할 수 있는데, 이미 핵심 소재의 상당 부분 특허를 소수의 해외 기업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성과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도 크다. LG디스플레이는 국내 협력사와 함께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해 왔다. 자체 보유한 특허 5000여 건을 2, 3차 협력사에 공개했고, 필요에 따라 유·무상으로 특허를 양도까지 했다. 협력사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서도록 배려한 것이다. 매년 30건 이상의 공동 연구를 했고, 협력사들과의 공동 개발을 통한 성과에 대해서는 특허출원도 지원했다.
현재 사용 중인 OLED TV용 증착기와 식각(회로 패턴 중 필요한 부분만 남기는 공정) 설비 등은 협력사와 함께 개발한 국산 장비다. LG디스플레이의 장비 국산화율은 이미 2017년 70%대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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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