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격투기 케이지 시설 앞에서 경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26일 UFC 페더급 전 챔피언 맥스 홀러웨이와 대결을 앞둔 정찬성은 “무조건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화성=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타이틀전으로 가는 경기가 될지, 마지막을 준비하는 경기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근 만난 정찬성(36)에게 페더급 전 챔피언 맥스 홀러웨이(32·미국)와의 일전에 대한 의미를 묻자 덤덤한 듯 비장한 대답이 돌아왔다. 정찬성은 26일 싱가포르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홀러웨이와 UFC 페더급 맞대결을 한다. 지난해 4월 UFC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5·호주)와 타이틀전을 치른 이후 약 1년 4개월 만의 대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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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은 홀러웨이가 페더급 챔피언이던 시절부터 대결을 바랐다. ‘홀러웨이전’을 원했다기보다 ‘타이틀전을 치르고 싶다’는 맥락이었다. 그 사이 페더급 챔피언이 홀러웨이에서 볼카노프스키로 바뀌었고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와 타이틀전도 치렀다. 볼카노프스키에게 4라운드 TKO패를 당한 정찬성은 은퇴를 고려하기도 해 홀러웨이와의 경기는 영영 물 건너가는 듯했다.
이번 맞대결은 홀러웨이가 정찬성을 지명하며 성사됐다. 홀러웨이는 올해 4월 아널드 앨런(영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정찬성은 유일하게 싸워보지 않은 동시대 선수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자란 내가 어떻게 그와 대결을 안 했는지 모르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정찬성도 곧바로 화답했고 대전이 성사됐다. 정찬성은 “오랜 기간 상위랭킹 안에 있으면서 맞대결하지 않았던 유일한 선수가 홀러웨이인 것 같다.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았다. 홀러웨이가 나를 언급했을 때 부담이 됐다기보다 홀가분하고 기뻤다”고 말했다.
정찬성은 홀러웨이에 대해 “타격에 관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공략할 지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정찬성은 “홀러웨이가 펀치를 내는 횟수가 많은 편인데 이는 ‘카운터(상대방이 공격하면 빈틈을 노리는 것)’를 노릴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내 눈에 보이는 빈 공간들이 있고 그 지점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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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은 21일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홀러웨이와 체형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제자 홍준영(33)을 스파링 상대 삼아 훈련했다. 홍준영은 국내 종합격투기 2개 단체(더블지, AFC) 페더급 챔피언이기도 해 훈련상대로는 제격이다.
정찬성은 “(시합이 없던 1년 4개월 동안) 근력이 전과 다르게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약 5년 전만 해도 미디움(M) 사이즈 티셔츠를 꽉 끼게도 입었다면 최근 늘어난 근육으로 몸이 커져 지금은 넉넉하게 투엑스라지(XXL) 사이즈 티셔츠를 입는다고 했다. 올해 초 한국에서 UFC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는데 어깨부상으로 시합이 무산됐고, 어깨 보강 등을 위해 웨이트 훈련 등에 집중한 결과다. 그는 “근력이 늘어난 게 계체 때 감량하는 데 있어 애를 먹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감량만 잘 거친다면 상대와 대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다”라고 자신했다.
정찬성은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마지막 경기를 하고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게 ‘다다음’이 되지 않길 바란다. 경기를 보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승리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화성=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