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 중인 9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 입수가 통제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에 최대 600㎜의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태다. 2023.8.9/뉴스1
북상하는 제6호 태풍 ‘카눈’의 한반도 상륙이 임박하면서 강원 동해안에 최대 600㎜의 물폭탄이 예고되자, 20년 전 태풍 ‘루사’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동해안 주민들은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기만을 바라며 기상특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9일 오전 막바지 피서철을 맞은 강릉 경포해수욕장은 피서객 하나 없이 한산했다. 백사장에는 일부 관광객들이 비 내리는 해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지만 이내 안전 요원의 호루라기 소리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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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해수욕장 초입에 위치한 진안상가는 일대 대표적인 상습침수구역이자 붕괴위험시설로, 지난 4월 철거를 위한 행정대집행이 실시, 출입이 통제됐다.
해변 인근 상인들은 물 건너간 대목보다 최대 600㎜의 ‘물폭탄’이 온다는 소식에 공포감을 느끼는 듯 했다. 바로 20년 전 동해안을 휩쓸었던 ‘그 놈’의 기억 때문이다.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 중인 9일 강원 동해안 최대 어항(漁港)인 강릉시 주문진항에 어선들이 닻을 내리고 피항해 있다. 이번 태풍으로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에 최대 600㎜의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태다. 2023.8.9/뉴스1
동해안 주민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긴 루사는 한일월드컵 직후인 지난 2002년 8월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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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는 강원 동해안 일대에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이 태풍으로 당시 강릉지역에 870.5㎜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는 이전까지 최고 일일 강수량이던 1981년 9월 전남 장흥에 내린 547.5㎜ 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당시 루사로 인해 강원지역을 비롯한 전국에서 124명이 숨지고 60명이 실종됐다. 또 2만7619세대·8만862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건물 1만7000여동과 농경지 14만3261㏊가 물에 잠기고 도로와 철도, 통신 등 기간망이 붕괴되거나 마비되는 피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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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로 북상 중인 9일 강원 강릉시 연곡해변에 위치한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에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에 최대 600㎜의 집중호우가 예고된 상태다. 2023.8.9/뉴스1
당시 ‘매미’ 상륙으로 전국에서 117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다. 재산 피해액은 무려 약 4조2000억원에 달했다.
강원지역에서도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냈다.
이처럼 20년 전 역대급 태풍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동해안은 이번 ‘카눈’ 북상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옥계면에 거주하는 김모씨(70대)는 “칠십 평생을 살면서 많은 난리를 겪었지만 그때 태풍(루사) 만큼 큰 피해가 난 건 보지 못했다”며 “제발 이번에는 태풍이 마음을 돌려 큰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태풍 카눈은 제주도 서귀포 남동쪽 약 2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3㎞로 북북서진 중이다.
카눈의 중심 기압은 965h㎩, 최대풍속은 초속 37m(시속 133㎞)로 강도는 ‘강’, 강풍 반경은 350㎞다.
(강릉=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