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모 대령이 민간 경찰 이첩을 시도한 조사기록엔) 사단장 외에도 다수 인원에 대한 범죄 혐의가 적시돼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에 앞서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이던 채 상병(당시 일병)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쯤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구명조끼 착용 없이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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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오전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채 상병 사고 조사결과 공개와 경찰 이첩을 미루고 대기하라’고 박 대령에게 지시했고, 이에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고 관련 조사결과 발표도 취소됐다.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해 모두 8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원이 초급 간부라고 한다.
전 대변인은 “(혐의가 적시된) 그들에게 업무상 어떤 과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범죄 혐의와 상당하고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게 우리 (국방부의) 법무 검토 의견이었다”며 이 장관 또한 이 같은 의견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임 사단장은 지난달 28일 김 사령관에게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해 “사단장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부하들은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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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변인은 “인과관계가 있어야 범죄 혐의를 적시하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해당 인원들에 대한 범죄 혐의도 적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장 박 대령은 이달 2일 군 관계자들의 혐의 내용이 적시된 그대로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을 민간 경찰에 넘겼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안장식. 2023.7.22/뉴스1
박 대령은 현재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은 해병대 수사단에서 경찰에 넘겼던 채 상병 사고 조사기록도 곧바로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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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해병대사령관의 정상적 지시가 있었고 (박 대령이) 그 지시 내용을 들은 정황 등이 있다면 그것도 명령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이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 중 채 상병 사고 경위 등 사실관계와 군 관계자들의 혐의 간 인과관계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지시하긴 했지만, ‘기록에 적시된 혐의를 빼라’는 등 수사 개입으로 간주될 만한 구체적인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기록엔 △채 상병 사고 현장에서 ‘물이 가슴 높이까지 차 오른다’고 보고했지만 지휘부가 ‘그냥 수색하라’고 지시했고, △티셔츠의 ‘해병대’ 글씨가 잘 보이도록 복장 통일을 강조하는 등 임 사단장의 부당한 지시 때문에 부대원들이 구명조끼도 없이 예정에 없던 수색에 동원됐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앞서 해병대 수사단이 진행했더 채 상병 사고 조사를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다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