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영화 ‘밀수’ 26일 개봉 “‘도둑들’ 촬영때 얻은 물 공황증세 연기 호흡 맞추다 보니 사라져” 조폭들과 물속 액션장면 볼만
하얀 전통 물옷을 입은 해녀들을 태운 어선이 파란 바다를 가로지른다. 물안경을 쓴 채 물에 첨벙 뛰어든 이들의 손에 들린 건 전복이 아닌 커다란 나무상자들. 상자엔 담배, 청바지, 바셀린 같은 물건이 가득 들었다. 물질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큰돈이 수중에 들어오자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각자 딴 속셈을 갖기 시작한다.
영화 ‘밀수’에서 춘자(김혜수)가 밀수꾼 권 상사(조인성)와 사업을 벌이기 위해 “군천에 직접 내려와 상황을 보라”며 전화로 설득하고 있다. NEW 제공
영화는 서해안 군천 앞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춘자와 진숙이 등장하며 시작한다. 춘자는 고아 출신으로 식모로 일하다 도망 나온 몸이다. 선주인 진숙의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 해녀가 됐다. 진숙은 그런 춘자를 자매처럼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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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에 연루되기 전, 물질을 하러 바다에 나가는 진숙(염정아·왼쪽)과 춘자 등 해녀들. NEW 제공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9일 만난 김혜수는 해녀 역을 맡기로 한 뒤 걱정이 컸다고 했다. 영화 ‘도둑들’(2012년) 촬영 때 수갑을 찬 채 타고 있던 차가 물에 빠지는 장면을 찍다 공황 상태를 겪었기 때문. 그는 “물을 보면 괜찮을 때가 있고 조금 안 좋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한 번도 공황을 겪지 않았던 것처럼 괜찮아졌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응원하고 환호하면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김혜수는 촬영 막바지에 물에서 나오다 이마가 ‘V’자로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그는 “물에서 나온 나를 보는 스태프들 표정을 보고 ‘좀 많이 다쳤나’ 하고 생각했다. 몇 컷 안 남겨 놓고 다치는 바람에 강제로 촬영이 종료돼 그게 더 속상했다”고 말했다.
호흡을 맞춘 염정아에 대해서는 “내공 있는 배우다. 내 약점을 보완해주는 장점이 있어 좋았다. 제대로 함께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연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촬영 현장이었어요. 배우들이 모두 정말로 그 캐릭터가 된 채 현장에 있었거든요. 그런 기운, 호흡은 경이로운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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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